최민성 하우징포스트 컬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서울 주택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 속에서 주거 불안과 고가 주택 문제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주택 재고의 절대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중산층과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서울과는 정반대로 '공급 과잉'과 '미분양 누적'이라는 전혀 다른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주택정책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으로 진행돼야한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수도들과 마찬가지로 ‘만성적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공통의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들 도시들의 주택정책 또한 '공급 부족의 완전 해소'가 아니라, '주거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의 주택정책 역시 비슷한 컨셉으로 맞춰져야할 것이다.

◆ 서울만의 문제 아닌, 선진국 수도들의 공통된 '주거 위기'
서울의 주택난은 해외 주요 선진국 수도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런던·파리·베를린·바르셀로나 등 선진국 수도들도 만성적 주택 공급 부족 속에서 집값과 임대료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을 겪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집값과 월세가 동시에 급등하며, 주거 문제가 자산 가격 논쟁을 넘어 사회 안정과 정치적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까지 확산됐다. (하우징포스트 2025년 12월 19일자「유럽 주택시장도 ‘폭등 몸살’…EU, 집값·월세 ‘지속 급등’에 ‘첫 강력 대책’」참조)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주요 국가와 도시들은 ‘적정가격주택(Affordable Housing)’ 확대를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건축 방식과 공급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 미국, 모듈러와 패시브 설계로 비용 구조 낮춰
미국에서는 모듈러 건축과 패시브 하우스 설계를 통해 건설비와 운영비를 동시에 낮추는 주택 공급 사례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아가일 가든스(Argyle Gardens)’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공기를 단축하고 건설비를 크게 낮춘 공유 주택으로,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 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설계됐다. 공용 주방과 태양광 설비를 결합해 비용 절감과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추구한 점이 특징이다.
뉴욕 사우스 브롱스의 ‘베탄세스 레지던스(Bethany Residence)’는 패시브 하우스 기준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중앙 정원과 고성능 단열 설계를 통해 노년층 주거의 쾌적성과 안정성을 높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기존 건물 재사용, 주거 공급과 도시 재생 해결
미국의 적정가격주택 전략에서 또 하나의 축은 기존 건물 재사용이다. 펜실베이니아의 ‘오링거 아츠(Ohringer Arts)’는 과거 가구점을 예술인 주거 공간으로 전환해 지역 문화와 주거 기능을 동시에 살렸고, 디트로이트의 ‘피켓 플랫츠(Piquette Flats)’는 오래된 산업 건물을 다세대 주택으로 재생해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뉴욕 이스트 할렘의 ‘센데로 베르데(Sendero Verde)’는 패시브 하우스 개념을 대규모 단지에 적용한 사례다. 주택과 교육·복지 시설을 함께 배치해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 서울도 주택 정책 무게중심 옮겨야
이들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적정가격주택은 특정 기술 하나로 구현되지 않는다. 모듈러 건축, 기존 건물 재사용, 패시브 설계라는 수단을 공공의 제도 설계와 민간의 효율성 속에서 결합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공급 확대가 가능해진다.
어차피 서울을 포함한 선진국 수도들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주거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책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모듈러·재사용·패시브를 활용한 적정가격주택의 지속적인 확대는 서울 주택정책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서울주택난 #적정가격주택 #주거불안 #주택공급 #모듈러주택 #패시브하우스 #건축혁신 #주택정책 #도시정책 #주거안정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