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4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주택정책 개혁안’은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주거정책 중 가장 혁신성이 돋보였다. 특히 정부·여당에 ‘주택정책 인식과 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환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 수십 년간 집값 등락에만 대응해온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짚고, 주거정책의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을 선명하게 제기했다. 특히 ‘주택청 설립’과 ‘공공임대 확대’ 구상은 본지(하우징포스트)가 꾸준히 제안해온 ‘대한민국 주거정책 개편’이 정치권의 정책 언어로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부동산 대책’에서 ‘주거 정책’으로 체계 전환 시급
조국 대표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가격 변수나 시장 과열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불안과 자산 불평등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집값 급등이 자산 격차를 키우고, 그 여파가 교육·노동·결혼·출산 등 삶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세제 조정’ ‘대출 규제’ ‘수요 억제’ 등 단기 처방을 반복해온 기존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집값 관리’와 ‘주거 안정’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대출은 사다리가 아니다”…공공임대 확대 강조
조 대표는 '과도한 주택대출'은 '청년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빌려서 집을 사라'는 정책이 사다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미끄럼틀에 가깝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가 단기적으로는 자산 형성의 기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주거 불안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인식 위에서 제시된 해법이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12만 가구 공급’이다. 공공임대를 취약계층 보호에 국한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구조적 완충 장치로 재설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임대 확대가 자가 진입을 앞당긴다는 관점
이번 개혁안은 임대 중심 정책과 자가 소유 욕구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이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공공임대 확대는 이러한 욕구 실현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유용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임대가 충분히 공급되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고, 그만큼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내 집 마련 준비 여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공공임대’와 ‘자가 수요’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점은 기존 정책 담론과 차별화된다.
◆ 주택청 설립, 조직 신설이 아닌 ‘체계 전환’
개혁안의 또 다른 핵심은 ▲주택청 설립 ▲토지주택은행 신설 ▲신토지공개념 입법이다. 주택 공급, 공공임대, 금융, 주거복지 정책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현 체계로는 일관된 주거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매우 옳은 지적이다.
주택청은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주거를 독립된 국가 정책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상징적 조치다. 본지(하우징포스트)는 지난해 대선 시기부터 최근까지 칼럼을 통해 ‘주택청 설립’과 ‘부동산 중심의 후진적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 도심 국공유지 활용…공급 전략의 전환
공급 전략에서도 방향 전환이 제시됐다. 서울공항 부지를 비롯해 용산공원 인근, 서초 법조타운 이전 부지, 서울지방조달청·감사원·헌법재판소 부지, 태릉골프장·육군사관학교 부지 등 도심 핵심 국공유지 활용 방안이 거론됐다.
외곽 신도시 확장에 의존해온 공급 전략에서 벗어나, 도심 재편과 연계한 주택 공급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 공공임대 확대…재원·건설 대안은 미흡
다만 조국혁신당 개혁안이 제시한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 공공임대 12만 가구 공급과 관련해 재원 마련 방안, 중앙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간 역할 분담 등 구체적 설계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공공임대 확대가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 조달 구조 ▲장기 운영 모델 ▲공공·민간 협업 방식 등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 민간 주택·건축 분야 정책 공백도 남아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민간 주택 공급과 건축·도시 환경의 질적 수준 향상’에 대한 구상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공임대 확대와 주택청 설립이라는 구조 개편 구상과 달리, 민간 주택 시장의 역할 재정립이나 건축 문화 향상, 설계·도시 경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앞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국가적 주거 안정은 물량 확보뿐 아니라 주거의 질과 도시 환경의 완성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어떤 역할을 맡아 주거 수준을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정책 보완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 정부·여당, 조국혁신당 제안 주목해야
주택청 설립과 대규모 공공임대 확대는 재정·조직 개편·입법 등 현실적 과제를 동반한다.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려운 사안임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의 이번 개혁안은 정부·여당을 향해 강한 질문을 던진다.
집값 대응에 머물러 있는 현재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주거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주거정책을 담당할 국가 시스템 전환을 언제까지 미룰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대한민국 주택정책은 이제 근본적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주거정책 인식 전환과 정책 프레임 재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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