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신 하우징포스트 대기자 ]

지난 10월 15일 대통령실 해양비서관이 조용히 면직됐다. 그러나 해양수산계에서는 파장이 작지 않았다. 이번 결정을 단순한 기강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역량 있는 전문가를 공적으로 발굴·활용하는 체계와 기준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미세한 잡음에도 전문가가 퇴출되는 구조라면 국가정책의 지속성과 전문성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다른 분야 정책도 마찬가지만, 해양정책의 경우 특히 현장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전문가의 깊은 경험과 판단은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한다. 그렇기에 역량 있는 전문가를 발탁했다면 그 활용 역시 공적 기준과 책임 아래 이뤄져야 한다. 사소한 논란이나 불분명한 판단으로 전문가를 갑작스럽게 배제하는 구조라면 이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다. 인재를 퇴출해야 할 사유가 있다면 절차와 기준은 더욱 명확해야 한다. 이번 인사는 이러한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 전문가 발탁·퇴출 모두 기준이 명확해야
해양비서관 면직 이후 통영·완도·부산 등 해양 현장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 어종 증가, 양식업 채산성 악화, 어업 구조 변화 등 현안이 겹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의 조정과 통합을 담당할 전문가 공백이 길어지면 정책 체감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공직·입법·학계를 거친 실무형 인재로 알려져있다. 대통령실 발탁 당시, 다양한 해양수산 단체와의 소통 경험,, 현장 상황을 세밀히 파악해 정책 과정으로 연결하는 역량 등이 높이 평가됐다.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그의 ‘현장 접촉’의 경우, 해양수산계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행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점이 잡음으로 작용, 면직 사유가 됐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전문가 역량을 공적으로 어떻게 발굴하고 활용하며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 인력 활용 체계, 선진화돼야 국가역량도 강화
대통령실 해양비서관 직제는 국가전략 설계 기능을 갖는다. 항로 전략, 해양 메가시티 구상, 식량안보, 해양수산부 조직 개편 등은 모두 장기적 과제다. 이들 과제는 담당자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국가전략이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해 추진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정책의 연속성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면직 이후에도 민간에서 정책 연구와 현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문가적 모습이 국가정책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그 역량을 어떤 형태로든 국가 시스템이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 전문가 잘 쓰는 정부, 정책 성공 가능성 높아
정책의 성패는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하고 유지하며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해양 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정부는 인재 활용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를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퇴출이 필요할 때는 명확한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재가 쉽게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공직 안팎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구조 역시 마련돼야 한다.
사소한 잡음에도 흔들리는 체계라면 국가정책은 매번 불안정해진다. 반대로 인재를 장기적 국가 자산으로 축적하고, 적기에 역할을 부여하는 체계를 갖춘 정부라면 정책 성공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이번 면직 사례가 그런 체계를 정비할 계기가 된다면, 해양정책뿐 아니라 정부 전체의 정책 신뢰도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