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2년(2023년 6월 1일)이 지나면서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 인정과 주거·금융 지원이 제도화됐고, 공공이 직접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방식도 본격화됐다. 피해 보상과 주거 안정 조치는 이전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세사기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규 발생 흐름은 둔화되고 있지만, 근절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 피해자 규모, 여전히 현재진행형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최종 결정된 누적 건수는 3만5,909건이다. 지난(12월) 한 달에만 664건이 추가로 인정됐다. 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자 구제 절차는 정비됐지만, 매달 수백 건의 신규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사기가 과거형 사건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 구성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약 76%는 40세 미만 청년층이다. 임차보증금은 대부분 3억 원 이하에 집중돼 있고, 주택 유형 역시 다세대·오피스텔·다가구 등 비아파트가 다수를 차지한다. 전세사기가 특정 계층과 주거 유형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다.

◆ 달라진 점은 보상 속도…공공 개입 확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 회복 속도는 이전보다 분명히 빨라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은 2025년 들어 분기마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214가구였던 매입 물량은 4분기 2,113가구로 늘었다. 매입 절차 간소화와 법원과의 경·공매 협의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체 매입 물량의 80% 이상이 최근 1년여 사이에 집중된 점은, 공공의 개입 강도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공공이 직접 개입해 피해주택을 매입하고,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거나 주거 이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이전 대응과 구별되는 변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줄고,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사후 구제의 성과, 사전 차단의 한계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전세사기 근절로 직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규 전세사기 발생 흐름은 둔화됐지만, 피해자 결정 건수는 여전히 누적되고 있다. 이는 전세사기가 단속이나 보상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공동담보 피해자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특례채무조정 시기를 ‘배당 시’에서 ‘낙찰 시’로 앞당기는 조치도 시행했다. 이로써 공동담보 구조로 인해 장기간 부담해야 했던 이자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임대인의 담보 구조와 신용 상태, 비아파트 시장의 정보 비대칭, 전세제도 자체의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현행 대책은 여전히 '사후 구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적 예방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한, 피해 회복 속도가 빨라져도 새로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과제는 구조적 근절…다음 단계로의 전환 필요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 보호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 정책의 무게 중심은 피해 수습을 넘어, 전세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를 만드는 단계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임대인 검증 강화, 비아파트 거래 정보의 투명성 제고, 보증·금융 구조 개선 등 근본적 접근 없이는 ‘미완의 근절’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 대응이 사후 대응을 넘어 구조적 예방 단계로 전환될 수 있을지, 향후 정책 선택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전세사기 #전세사기특별법 #청년주거 #비아파트주택 #LH피해주택매입 #주거안정 #주택정책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