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성 하우징포스트 컬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인공지능(AI)이 부동산 산업의 핵심 도구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투자 판단과 자산관리, 건설 효율화, 도시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확대되면서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싱가포르와 도쿄, 인도 등은 실제 사례를 통해 효율성 개선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도 규제를 병행하며 기술 도입 속도를 조율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시티 기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정비와 전문 인력 구축에서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도시, AI 활용 가속화
ULI(Urban Land Institute, 미국의 부동산·도시 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와 PwC(Pricewater
houseCoopers, 영국의 글로벌 회계·컨설팅 전문 그룹)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 2026(‘Emerging Trends in Real Estate Asia Pacific 2026’)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가 AI와 빅데이터를 조직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5년 평균인 3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투자 판단의 정확도 향상,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운영 효율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정부투자공사 GIC(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는 ‘Ask Charlie’(애스크 찰리)라는 AI 기반 챗봇을 활용해 40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한다. 임대계약 검토 오류율이 줄고, IoT(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반 에너지 관리 기능을 통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약 10%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는 건설과 시설관리 분야 중심으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미쓰이 부동산은 AI 드론 스캔 기술로 공사 현장의 위험을 미리 파악해 비용을 5~7% 절감하고 있으며, 호텔 운영 시스템인 PMS(부동산관리시스템·Property Management System)는 예측 정비 기능을 통해 건물 수명을 연장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인도(뭄바이·델리)는 공사 기간 단축과 가격 예측 고도화에서 AI의 기여도가 크다는 분석이 있다. AI 기반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은 공사 기간을 절반 수준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3D 가상투어 기술은 온라인 마케팅 방식을 변화시키며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AI가 GCC(다국적기업 백오피스·Global Capability Center) 업무 일부를 대체할 경우 오피스 공실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영국, 기술 도입과 규제를 병행
미국 뉴욕에서는 프롭테크(부동산첨단기술·PropTech) 기업들이 RAG(검색증강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반 AI 챗봇을 통해 임대 검토 시간을 75% 단축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주는 시장 독점 가능성을 막기 위해 AI 기반 임대가격 자동 설정을 금지하며 규제적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도시계획 분야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UCL(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정책연구소는 AI가 다양한 계획안을 빠르게 구성해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런던 프로퍼티 얼라이언스(London Property Alliance, 영국 런던의 민·관 협력 기반 도시·부동산 정책 싱크탱크)도 AI가 토지 가치 평가 속도를 높이고 도시계획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인터넷 환경은 강점, 도입 속도는 부진
서울은 빅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스마트빌딩 시장 규모도 15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직방·호갱노노 등 민간 부동산정보 플랫폼은 예측 분석(AI Prediction
)을 활용해 세입자 매칭 정확도를 높이면서 중개시장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AI 도입 속도는 글로벌 주요 도시에 비해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정비 미흡, 전문 인력 부족, 데이터 활용 규범 미비, 기업 단위의 도입 여건 부족 등이 주요 이유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