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11월의 공기는 유난히 투명하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지역마다 다른 색과 향이 묻어나고, 풍경은 계절보다 먼저 말을 건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첫 ‘여섯 빛깔 관광도로’를 선정하며 발표한 길들은 바로 그 바람의 결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노선들이다. 해녀의 숨비소리가 배어 있는 제주 바다에서 시작해 지리산의 고요와 청풍호의 잔잔함, 다도해의 황혼, 탄광 도시의 기억까지—여섯 길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면서도 우리 국토가 품어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제주 구좌 김녕해수욕장.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 제주 ‘숨비해안로’…바람이 빚어낸 해녀의 길
제주 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숨비해안로는 바다의 색감이 유독 깊다.
김녕해수욕장과 해녀박물관, 하도철새도래지가 차분하게 배치되며, 파도 위로 번지는 숨비소리는 길 전체에 제주의 원형적 풍경을 더한다. 여행자는 이 노선에서 가장 제주다운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경남 함양 상림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 함양 ‘지리산 풍경길’…사계절이 천천히 흐르는 산의 길
59.5km의 긴 여정을 품은 지리산 풍경길은 산이 가진 시간의 속도를 그대로 닮았다.
오도재의 굽은 고갯길을 넘어 상림숲과 개평 한옥마을을 지나면 계절이 만들어낸 색감이 천천히 이어진다. 서두르지 않고도 풍경이 깊어지는 길이다.

전북 무주 적상산 전망대.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 무주 ‘구천동 자연품길’…계곡과 산이 함께 만든 서정
덕유산 자락을 따라 구천동 33경이 이어지는 구천동 자연품길은 전북 내륙의 고요를 가장 단정하게 담아낸 노선이다.
라제통문을 지나면 계곡의 수심이 깊어지고, 반딧불이 서식지와 머루·천마 같은 무주 특산이 풍경의 결을 더한다. 잔잔한 여정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청풍문화재단지.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제천 ‘청풍경길’…호수의 호흡을 따라 걷는 드라이브
청풍호를 끼고 이어지는 12.9km의 도로는 물과 산, 바람의 움직임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진다. 전망대와 쉼터에서 호흡을 잠시 고르면, 청풍문화재단지와 옥순봉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이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레저·숙박·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체류형 코스다.

완도타워.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전남 ‘백리섬섬길’…섬과 섬, 바다와 바다를 건너는 길
11개의 다리와 10개의 섬을 연결하는 백리섬섬길은 다도해의 황혼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노선이다. 백야대교와 둔병대교, 팔영대교의 구조미가 남해안의 곡선과 어우러지고, 섬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여행의 속도를 정돈한다. 바다 위를 달리는 감각이 가장 선명한 길이다.

태백산 국립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IR 스튜디오)

◆ 강원 ‘별 구름길’…산업의 기억을 새 감성으로 잇는 로드트립
과거 탄광 도시였던 정선과 삼척을 잇는 별 구름길은 여섯 길 중 가장 독립적인 개성을 지닌다. 철암탄광역사촌, 삼탄아트마인의 현대적 재해석, 화암동굴과 태백산 능선이 하나의 테마로 이어져 산업과 자연의 기억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관광도로 선정지 위치도. (자료=국토교통부)

여섯 개의 길은 서로 다른 색을 지녔지만, 모두가 국토의 얼굴을 한 조각씩 담고 있다. 드라이브 끝에서 만나는 풍경보다, 길 위를 스친 바람과 빛의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해녀의 숨결에서 탄광의 역사까지—이번 ‘여섯 빛깔 여행로’는 여행자의 감성을 천천히 물들이며, 지역의 경제와 문화가 이어지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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