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불루인노베이션이라는 업체가 '건물매입 현장 실사'를 빌미로 건물에 들어간 뒤, 관리업체를 내쫓고 현장을 5개월째 점령하고 있는 '신림가야위드안' 주상복합건물(사진). 건물 주변에 불법으로 철조망을 치고, 외관에는 불법 프래카드도 붙여놨다. 건물관리업체와 폭력 충돌도 빈발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복판의 ‘가야위드안 주상복합’이 법과 질서가 실종된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시행사 부도로 수년째 공매 절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탁사인 신한자산신탁㈜이 외부 업체의 ‘현장 실사’를 허용한 이후 건물이 불법 점령당했고, 관리업체와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자산신탁은 5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 15일에서야 위탁사인 남부중앙시장㈜의 항의 공문을 받은 뒤에야 점령 업체에 철수를 요청했다. 신탁사의 철수요청에도 점령업체는 꼼짝도 안하고 있다. 이같은 불법사태 지속에도 관할 경찰 역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탁사 소유 건물에서 벌어진 점령·폭력 행위를 방관한 것은 신탁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책임 회피”라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 공매 중인 주상복합, 신탁사·시행사 공동관리
‘가야위드안 주상복합’은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복합건물로, 아파트 165가구와 오피스텔 21실, 근린생활시설 54개 점포, 주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행사인 남부중앙시장㈜은 2007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2011년 저축은행 연쇄 부실 사태로 자금 흐름이 끊겼고, 대표이사의 비리 혐의 구속까지 겹치며 2014년 부도 처리됐다. 이후 신한자산신탁(옛 아시아신탁)이 법적 소유권을 보유하며 공매 절차를 진행 중이다. 건물 운영과 관리는 여전히 위탁자인 남부중앙시장㈜이 맡고 있다.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은 건물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법 난입과 시설 훼손, 폭력 사태는 신탁사가 선관의무를 방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 실사 명분 외부업체 난입…관리업체 퇴출·점령
사건 발단은 지난 6월 2일, 신한자산신탁이 매입 희망 업체 블루이노베이션㈜의 실사 요청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업체는 실사 명목으로 건물에 진입한 뒤 기존 관리업체인 남부중앙시장㈜을 강제로 내쫓고 사무실과 주요 시설을 점령했다.
이후 블루이노베이션 측은 남부중앙시장㈜이 위탁한 관리용역업체 에스비엠(SBM)의 출입을 막기 위해 건물 외곽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시설 훼손 행위까지 벌였다. 관리업체 측은 수차례 철수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5차례에 걸친 몸싸움과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 주민들 “툭하면 싸움…주변이 난장판”
인근 주민들은 “두 업체 간 충돌이 잦아 무섭다”며 “신탁사와 경찰이 방관하고 있어 도심 한복판이 난장판이 됐다”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은 “점유 인력들이 상시로 머물며 어슬렁거려서 생활 불편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남부중앙시장㈜ 관계자는 “소방시설 점검이 중단돼 안전 위험이 커지고, 전기실 등 공용부 접근이 차단돼 법적 점검 의무조차 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화재나 사고라도 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신탁사, 뒤늦게 철수 명령…점령업체 꿈쩍도 안해
신한자산신탁은 외부 점유 사실을 인지하고도 5개월간 명도·퇴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15일 남부중앙시장㈜의 항의 공문을 받은 뒤에야 블루이노베이션 측에 철수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시설 훼손 책임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탁사가 적극적 철수 조치를 하지않는 바람에 블루이노베이션(주)은 꿈쩍도 하지않고, 불법 점령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신탁사가 선관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관리 부실 사례"라며 "불법 점유 사태 장기화를 신탁사가 묵인·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신탁사 소유 건물에서 폭력과 불법 점유가 발생했는데 이를 방치한 것은 제도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관리업체, 법적 대응…"금융당국 관리·감독 강화해야"
남부중앙시장㈜은 현재 블루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명도소송 및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탁계약에 따라 위탁자는 신탁재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수탁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불이행 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관악경찰서는 ‘업무방해·건조물침입’ 혐의로 관련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도심 무법지대 사건은 금융당국이 '신탁사 관리 부실 및 불법침입방조 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관리·감독에 나서야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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