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개봉동 기숙사형 청년주택 단지 전경. 도심 소형 임대주택과 구조·시설이 유사해 매입임대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LH의 ‘기숙사 준공건물’ 매입 제외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LH)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정부가 청년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매입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작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숙사’ 용도로 준공된 건물은 매입하지 않는 내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구조와 기능의 주택이라도 단지 ‘기숙사’라는 용도명 때문에 배제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주거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장과 제도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지은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을 LH·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사들여, 청년과 서민에게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주택 제도다. 전세대출 한도 축소 이후에는 청년층의 대체 주거안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정책 확대 외쳤지만, 현장선 ‘배제’ 여전
정부는 올해 초부터 매입임대 물량 확대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청년층과 서민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도 올해 신축 매입임대 5만 가구 이상, 기존주택 4천 가구 등 총 9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밝히며 역대 최대 규모의 매입임대 계획을 내놨다.
이 가운데 청년·신혼부부 대상 매입임대주택 3,000여 가구는 이미 입주를 위한 청약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도 3,5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특히 LH가 건축법상 ‘기숙사’로 분류된 건물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부 기준을 유지하면서, 실제 매입 가능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주택개발업체 대표는 “청년 임대용으로 설계된 기숙사형 주택이 많은데, LH가 ‘용도명’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내건 공급 확대 목표가 공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SH는 사고, LH는 안 산다"…청년주거 정책 '엇박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미 기숙사형 주택을 매입임대 대상으로 포함해 도심형 청년주택 공급을 확대해왔다. 도심 소형 건물이나 리모델링 가능한 노후 건물을 확보해 청년층·사회초년생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LH는 ‘기숙사’로 준공된 건물은 구조와 안전 기준이 같더라도 매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같은 공공기관이라도 서울은 사고, 전국은 안 사는 엇박자 행정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개발업계는 이에대해 “LH가 제도적 유연성을 잃고 과도한 형식논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기숙사형 청년주택 내부. 공간 효율성을 높인 복층형 구조로, 도심 소형 임대주택과 기능·시설이 유사하다. 하지만 LH는 건축법상 ‘기숙사’ 용도 건물은 매입임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사진=LH)
◆ 행정 경직성, 주택공급 효율성 스스로 훼손
LH의 매입 기준은 건축법상 ‘주택’ 용도만 인정하고, ‘기숙사’는 대상에서 배제한다. 이 때문에 도심권의 기존 기숙사 건물의 소형 임대주택 활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택업계는 우려한다. 또한 청년 근로자, 대학생, 신혼부부 등 단기간 거주 수요가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 지을 수 있는 기숙사용 소형 부지들이 도심에는 적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LH는 ‘제도상 불가’를 이유로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공급정책이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청년주거난 해소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개발업계 “형식 아닌 기능 중심 판단해야”
민간 주택개발업계는 “공공매입 제도가 취지를 살리려면 형식이 아닌 실질적 주거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숙사형 건물도 안전, 편의, 면적 기준을 충족하면 충분히 매입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도 “LH가 제도적 리스크를 우려해 일괄 배제하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청년층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행정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SH는 제도 안에서 해석을 달리해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 LH만 여전히 매뉴얼 뒤에 숨고 있다”고 꼬집었다.
◆ 정책 일관성·현실성 회복 시급
부동산중개업계도 정부와 LH가 매입임대의 본래 목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책의 핵심은 ‘청년과 서민이 살 수 있는 집을 확보하는 것’이지, 건물의 명칭이나 용도를 구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의 경직성이 지속된다면, 매입임대 확대 정책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 있다. 정부와 LH는 용도 구분에 갇힌 제도적 벽을 허물고, 실질적 주거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실행에 나서야한다.
#아파트 #기숙사# 오피스텔 #다세대 #다가구 #공공임대 #LH매입임대 #청년주거난 #기숙사제외논란 #SH매입사례 #공공임대정책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