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성 하우징포스트 컬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서울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빽빽한 고층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풍경 아래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의 주거 불안이 놓여 있다. 소득 대비 집값은 올해도 15배 수준을 넘고,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을 미루며 전세난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가 제시한 주택정책은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정부는 공공성을 강화하며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두고, 서울시는 민간의 역량을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이려 한다. 이들 정책이 모두 장단이 뚜렷해서,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합치의 길을 모색하면, 매우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재명 정부는 주거를 기본권으로 인식하며 공공 개입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한다.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시장 투기 억제를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다만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주택 공급을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 규제가 실수요자의 기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9.29 대책에서 ‘속도와 규모’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업계는 민간의 창의성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단기 공급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철학의 차이는 공급 목표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전국 250만 가구 공급을 제시했으나 착공률이 15% 미만에 머물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LH 중심의 공공 택지 개발은 부채와 지연 문제로 속도가 나지 않는 점이 지속적으로 비판받는다. 서울시는 31만 가구 착공 목표를 내세우면서, 한강벨트 20만 호 등 구체적 공급 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구역 지정이 대부분 완료돼 있다는 점에서 실행력 우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급 방식에서도 양측의 차이는 선명하다. 정부는 LH를 중심으로 공공 택지를 개발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200조 원에 달하는 부채와 지연 사례가 사업 속도를 제약하고 있다. 9.7 대책에서 제시된 노후 임대 재건축은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민간 참여가 미흡해 실제 진척 속도가 더디다.
서울시는 신통기획 2.0을 통해 심의·절차를 구조적으로 단축하고, 모아주택·상생주택 등 민간 재개발 방식을 확대해 공급 효율을 높이려 한다. 과거 민간 주도 사업에서 확보한 경험이 정책 추진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대출 규제에서도 모순점이 드러난다. 정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5~40% 적용과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로 투기 억제를 도모한다. 하지만 신혼부부·청년층의 체감 제약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청년안심주택 등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 임대주택 정책에서도 정부는 공공임대 100만 호 확대와 저소득층 지원을 강조한다. 그러나 재정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 토지 활용형 상생주택, 고령자 특화 주택 등 효율 중심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세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매물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민간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 시장의 자연 안정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저소득층 보호장치를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시 정책이 실행 가능성과 속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다.으나, 정부의 투기 억제 기조 역시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중요한 축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력’이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첫째, 공공–민간 협력모델이다. LH 택지를 민간에 우선 공급하면서 공공임대 비율을 일정 수준(20~30%)으로 의무화한다면, 공공의 안정성과 민간의 속도를 결합해 공급 지연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제안이 있다. 강남·한강변 5곳을 2026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착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둘째, 지역 균형이다. 서울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방 임대주택에 재투자하고, GTX 등 광역 교통망과 연계한다면 수도권 편중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남 재개발 이익으로 경기·인천 외곽에 일정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식도 논의할 수 있다.

셋째, 지속 가능성 확보다. 재건축 과정에서 태양광·단열 강화 등 에너지 절감 요소를 의무화하고, 노후 임대주택의 일부를 고령자·청년 맞춤형으로 전환한다면 주거복지 향상과 탄소 감축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넷째, AI 기반 수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전세 부족 지역을 실시간 파악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공급 우선순위를 조정한다면 효율 개선과 착공률 저조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규제 유연화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단계적 DSR 완화, 장기 임대주택 공급 때에 세제 인센티브 부여 등은 시장 안정과 실수요 보호를 함께 고려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주택 문제는 어느 한쪽의 방식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규제와 속도, 공공성과 효율성이 서로 대립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기능을 할 때 효과가 커진다. 연말로 예정된 추가 대책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현실적인 협력 모델을 마련한다면, 서울 주택시장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