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시행사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일수록 부동산PF 사업의 안정성이 강화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아파트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가 총사업비에서 자기자본을 더 많이 투입할수록 사업 안정성이 높아지고, 분양 실패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자본 비율을 현행 '평균 3%에서 20%'까지 끌어올리면 필요 최소 분양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경기 침체 시에도 연쇄 부실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정부 규제 방향과 KDI 제언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부동산PF 자본확충의 효과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비율을 평균 3%에서 20%까지 높일 경우 주거용 개발사업의 '엑시트(Exit) 분양률'이 평균 1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시트 분양률'은 PF대출 상환을 위해 반드시 팔려야 하는 주택의 최소 분양률을 의미한다.
즉, 지금은 전체 세대의 60% 이상이 팔려야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20%까지 늘어나면 절반 이하만 팔려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분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이어지는 연쇄 부실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평균 3%에서 20%로 높일 경우, 공사비와 금융비 등 주요 비용이 줄어 전체 PF 사업장의 총사업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자기자본 확충이 부동산PF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자료=KDI)
자기자본 비율 확대는 총사업비 절감 효과로도 이어졌다. 분석에 따르면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높일 경우 전체 PF사업장의 평균 총사업비는 3,108억원에서 2,883억원으로 7.2%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 사업장은 3,151억원에서 2,801억원으로 11.1% 줄어, 절감 효과가 더 컸다. 이는 자기자본이 많아질수록 고신용 시공사 보증 의존도가 낮아지고, 대출 규모 축소로 이자·보증비용 등 금융비용이 함께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금융기관별 PF대출 총액 한도 설정 △자기자본 비율에 따른 충당금 의무 차등화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용적률 등 인허가 혜택 부여 △토지 현물출자 시 양도세 납부 시점 이연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평균 3%에서 20%로 높이면 공사비와 금융비 등 주요 비용이 줄어 총사업비가 3,108억원에서 2,883억원으로 7.2% 감소한다. 주거용 사업장의 경우 절감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KDI)
◆ 시행사 자기자본 확대, 사업 안정성 강화
그러나 KDI는 저자본 사업장에 집중된 맞춤형 규제를 제안했다. 황순주 KDI 선임연구위원은 “자기자본 비율 9~10%를 기준으로 저자본·고자본 사업장을 구분해, 저자본 사업장만 총액 한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사업성이 있는 고자본 사업장은 규제를 완화해 자금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선주(상환 의무가 없는 주식)도 PF 적격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사업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토지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토지 현물출자 시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뒤로 미루는 제도를 상시화해 토지 소유자의 출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특히 PF사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 대해서도 리츠(REITs)나 부동산펀드처럼 최소 자기자본 비율 규제와 감독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리츠는 33% 이상, 부동산펀드는 20% 이상의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해야 하지만, PFV에는 이런 규제가 없어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3% 수준에 불과하고, 감독체계도 미비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면 PF사업의 구조적 안정성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시행사가 자기자본을 더 많이 투입하면 사업 자체의 안전성이 강화되고, 금융기관도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부동산PF 구조개선 논의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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