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의 주거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전국 18만여 실 중 8만 실이 여전히 신고나 전환을 완료하지 못해 시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7년 말부터는 건축물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예정이다. 인천 영종도에 들어선 한 생활형숙박시설 전경.(사진=하우징포스트 DB)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의 주거 전환 유예기간 종료가 이달 말로 다가왔다. 전국 18만여 실 가운데 8만 실이 아직 신고나 전환 절차를 마치지 못해 정부와 지자체가 막판 독려에 나섰다. 오는 2027년 말부터는 건축물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예정이지만, 현장에서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속도전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8만 실 미조치, 유예 종료 초읽기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생숙은 총 18만2,826실이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조치가 4만36실, 공사 중 미조치가 3만9,807실로 합계 8만 실이 아직 전환 신청을 하지 못한 상태다.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상경 제1차관 주재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점검회의’를 열고 전국 10개 지자체와 전환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상경 1차관은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지자체가 마지막까지 독려해 달라”며 “정부도 소유주 전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유예기간이 끝나도 전환하지 않으면 2027년 말부터 건축물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현장에서는 단속과 행정처분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미조치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규제 사각지대에서 '투자상품'으로 변질
생숙은 2012년 장기 체류가 가능한 호텔·콘도형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적용을 받았다. 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전매가 자유로웠다. 이 같은 특성으로 부각해서 개발업체들이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관광지 등에서 대규모로 공급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의 상당수가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택이 아니므로 주차장 기준, 복도 폭, 피난 및 방화 설비 등에서 안전 기준이 미흡했다. 세입자와 분양자가 혼재하면서 전세·월세 시장과 충돌도 발생했다. 세금과 거래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겨 시장 질서도 크게 왜곡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뒤늦게 '주거시설 불법 전용'을 금지하고,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등 준주거시설로의 용도 변경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미 준공된 생숙은 구조적 한계로 전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상당수가 여전히 ‘합법과 불법 사이의 그레이존’에 머물러 있다.

◆정부, 막판 독려와 제도 개선 병행
국토부는 작년 10월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건축법 개정 등 주요 제도 개선을 마무리했다. 또 지난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공사 중인 생숙의 설계 변경을 지원하기 위한 건축물분양법 개정도 포함됐다.
아울러 전환 요건 완화를 위해 소유주 동의율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추는 법안을 23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소유주의 전환 부담을 줄이고 미조치 물량을 조기에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상경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필로티 공동주택의 화재취약성 보완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고, 어린이집과 병원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의 화재안전성능 보강사업은 연말까지 철저히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 앞으로는 '초유의 생활숙박시설 사태', 재발 막아야
전문가들은 유예기간 종료 이후 단속 중심의 행정 집행이 이어질 경우 시장 혼란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조치 상태의 생숙이 방치되면 공실과 노후 건축물이 늘어나 도심 슬럼화가 심화될 수 있다. 불법 주거 전용이 계속되면 오피스텔과 아파트 전세 시장의 혼란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행강제금과 거래 제한으로 소유주와 세입자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민간 개발업계가 이익만을 좇아 난개발을 일삼은 데서 비롯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간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행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택개발 전문가들은 “생활숙박시설 사태는 단순히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택시장 안정화와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포괄적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건축과 주거 행정 전반의 관리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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