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 이 회의에는 국토부·고용부 관계자와 주요 건설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대한건설협회 제공)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안전사고가 더는 개별 기업의 책임에 머물지 않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하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나 공공입찰 제한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건설업계는 28년 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잠재됐던 면허 박탈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긴장하고 있다.
◆ 대통령 “건설면허 말소까지 검토”…28년 만에 강경 처분
이재명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 과실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며,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건설면허 말소나 공공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행정처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복합단지 공사현장에서 지하 옹벽 붕괴로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바 있다. 사고 원인 규명 이전에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즉각 관련 법령의 적용 가능성과 제재 수위 등을 검토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시공사 안전관리 체계 실패’로 볼 수 있는 중대사고”라며 “법령상 허용되는 최고 수위의 제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건설업계 “공공입찰 진입 기준 대폭 강화될 듯”
건설업계는 대통령 발언을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현실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긴장하고 있다. 면허 말소는 1995년 동아건설이 성수대교 붕괴의 책임을 지고 영업정지와 함께 면허 취소를 당한 이후 28년 만에 다시 거론되는 초강수다.
대한건설협회, 건산연 등 주요 단체는 긴급 대응회의를 열고 파장 예측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면허 박탈은 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공공사업의 문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공입찰 PQ(사전심사)에 안전이력 반영 확대, ▲중대재해 반복 감점제 도입, ▲감리·발주자의 책임 강화 등도 검토 중이다. 실적 중심의 입찰 구조에서 안전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격상되는 구조 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 공공건설시장 패러다임 대전환 예고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지시가 공공사업의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그간 대형사는 실적에 기대어 사고에 관대한 처분을 받아왔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공공시장 진입 자체가 ‘면허 보유→안전이력→신뢰 검증’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이후 유족 측에 공식 사과하고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향후 면허 유지 여부와 공공입찰 제한 조치에 따라 기업의 사업 기반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