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주택공급 확대대책을 설명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를 착공하고, 택지사업 단계를 간소화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정부가 7일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핵심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를 착공해 공급 기반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이 직접 시행하는 공적주택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이 가운데 LH 신축매입임대주택 14만 가구를 전략적으로 배정해 단기간에 서민 주거 안정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주택개발업계에서는 "설계·감정평가·행정 절차가 얽힌 복합 병목으로 공급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어, 정부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현행 제도의 근본적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9.7대책, 공급 속도전의 서막
이재명 정부가 이달 초에 내놓은 '9.7주택공급대책'은 그동안 ‘분양 승인’ 기준으로 관리하던 공급 체계를 ‘착공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수도권에서만 2030년까지 135만 가구, 연평균 27만 가구를 착공해 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주택부문의 경우 지금까지 공공택지 공급자에 머물렀던 LH를 직접 공공주택개발에 나서는 시행자로 역할을 바꿨다는 점도 크게 달라진 정책 변화다. 도심 노후 공공청사와 학교 부지 등 유휴 부지를 적극 활용해 주택 공급의 숨통을 트는 것도 눈에 띄는 핵심 정책이다.
아울러 'LH 신축매입임대주택'의 경우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하고 서민 주거복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4만 가구를 LH가 매입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7만 가구를 2026~2027년 집중 공급해 단기 성과를 가시화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135만 가구의 약 10%에 해당한다.

9.7 주택공급 확대대책에서 밝힌 LH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 프레임.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택지를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사업 절차를 단축해 조기 공급을 실현하는 전략이 담겼다. (자료=국토교통부)

◆ 신축매입임대의 장점과 정책적 의미
신축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건설 중이거나 준공한 주택을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정비사업에 비해 공급 속도가 빠르고,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에 시세 이하 임대료로 공급할 수 있어 정책적 효과가 크다.
도심 내 소규모 유휴 부지를 활용하기에 적합해 비아파트형 주택 공급 확대에도 유리하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공급 성과를 확보하고, 동시에 서민 주거 안정망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주택개발업계는 "복잡한 규제와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으면서 정책 성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현장의 복합 병목…속도와 예측성 저해
현장에서 지적되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과도한 설계 가이드라인이다. 단면·평면 ‘꺾임’ 제한, 발코니 설치 의무화, 세대 타입 수 제한 등 법적 기준을 초과한 규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LH 담당자의 개별 도면 검토가 장기간 이어지고, 설계 승인까지 2~3개월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한다.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민간의 참여 의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둘째,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다. 현재는 토지계약 없이도 신청이 가능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물량까지 접수되며 중복 접수와 불발률 증가, 토지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한 건물 공사비 연동형 매입가 산정 방식은 공급가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계약 지연과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셋째, 감정평가 편차와 신뢰성 부족이다. 감정평가 법인 간 평가액 편차가 지나치게 커서 사업자가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근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평가가 나오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재접수되는 경우도 잦다고 말한다. 경험이 부족한 평가법인까지 참여하면서 ‘탁상평가’ 관련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공급 목표 달성, 시급한 속도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수도권 신축매입 약정 물량은 5만3,348가구지만, 인허가 완료는 1만9,395가구, 착공은 9,077가구에 그쳤다. 현재의 속도라면 목표 달성을 위해 두세 배 이상의 집행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평균 매입가는 가구당 약 2억5,800만원으로, LH가 자체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도 가구당 8,800만원에 달한다. 전체 14만 가구를 임기 내 공급하려면 약 12조3,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예산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절차를 효율화하고 비용 집행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개선 방향…‘품질’과 ‘속도’ 균형 조율 시급
주택개발전문가들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설계 검토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LH가 개별 도면을 일일이 확인하고 재검토하는 방식 대신, 설계·시공·감리 주체가 단계별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공정별 체크리스트 다중 날인제’를 도입해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하자담보 책임 기간을 기존보다 연장해 시공사의 품질 관리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초기 하자 발생률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접수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는 토지계약 없이도 신청이 가능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물량까지 접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계약 또는 확약을 신청 요건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실효성 없는 접수를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정평가의 신뢰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평가액 편차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 재검증 절차를 가동하고, 평가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성과 관리의 투명화도 요구된다. 약정 체결부터 인허가, 착공,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세분화해 KPI(핵심성과지표)로 관리하고, 이를 대국민 공개형 대시보드로 실시간 제공해 국민이 직접 정책 추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의 자발적 품질 향상을 위해 우수 시공사 포상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규제와 감시를 넘어, 품질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우징포스트 제언
9.7대책의 성패는 LH 신축매입임대주택 제도의 혁신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 공급 예정 물량(135만 가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핵심 물량'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부와 LH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책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인센티브를 통한 민간 참여 활성화와 하자담보 책임 강화 등 지속 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속도와 품질의 균형이 맞춰질 때, 135만 가구 공급 목표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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