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고밀 복합도시 주요 사례(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도시는 구조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도시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국토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 한국의 도시와 국토는 압축보다 확산에 길들어 있고, 연결보다 분절에 갇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의 51.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지역내총생산(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기준 수도권 비중은 56.3%에 달한다. 반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또는 고위험 등급에 해당한다.
이제는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기다. 본 기획 제3부에서는 국토 전반을 ‘권역 중심 고밀 복합도시’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 도시를 다시 압축하라…공간 구조의 재편
기존 도시정책은 도시 외곽으로 외연을 넓히는 팽창 전략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프라 유지비용의 증가, 도심 공동화, 장거리 통근 등으로 사회적 피로와 비효율을 초래한다. 국토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퍼진 도시’를 압축하고, 기능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이미 ‘도시 압축화(Compact City)’와 ‘고밀도 복합개발(Mixed-use High-density Development)’ 개념이 확립돼 있다. 바르셀로나는 블록 단위의 고밀 복합용도 개발을 통해 도보 이동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를 실현했고, 일본 도야마시는 노령 인구를 도시 중심으로 유도해 트램 중심의 집약형 도시를 구축했다.
국내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과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다핵 연계발전 ▲고밀 복합거점 조성 ▲생활 SOC 강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조에 기반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도시계획이 시급하다.

◆ 생활권 중심으로 도시기능 재편해야
도시를 더 이상 행정단위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는 ‘생활권’이라는 현실 기반 단위로 도시를 재편해야 한다. ‘15분 도시(15-minute city)’ 개념처럼 주거지에서 대부분의 일상 서비스를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 구조가 핵심이다.
생활권 중심의 고밀 복합도시는 인프라 투자 효율을 높이고, 기후 대응에도 유리한 구조다. 노령 인구의 이동성을 고려한 중심지 배치와 통합복지, 의료접근성 강화 등은 특히 지방도시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도시가 ‘살 만한 곳’으로 기능해야 인구는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 지방은 복합거점으로, 비도시는 특화소도시로
지방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도심 기능의 회복이 선결 과제다. 기존 읍·면·소도시의 인구와 기능을 하나의 중심 도시에 통합하고, 복합기능을 고밀도로 배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토부의 ‘지방도시 활력 재창출 전략’도 이러한 방향성과 맞닿아 있으나,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절실하다.
동시에, 국토 전체를 도시화할 필요는 없다. 도시 압축화 전략과 병행해 자연·농업·산림 지역은 보전하면서, 기후·에너지·농업 기능을 특화한 소도시(가칭)를 분산적으로 조성하는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별 공간 재배치’는 국토의 다층적 용도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균형 개발 전략이다. 본 시리즈 제6부에서는 이와 연결된 기후·에너지 특화도시 구상을 상세히 제시할 예정이다.

◆ 수도권은 직주근접 복합지구로 재편해야
수도권 역시 도시 확산과 교통난으로 구조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서울 도심은 초고층 개발 일변도가 아닌, 생활밀착형 복합주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수도권 외곽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복합지구로 구성되어야 한다.
GTX 노선 주변은 단순한 수면 공간이 아니라 ▲고용 ▲교육 ▲의료 ▲문화 기능이 통합된 ‘복합도시’로 육성해야 한다. 수도권 전역의 중심축을 새롭게 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 광역도시계획의 출발점'이다.

◆ 공약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여야
더 이상 ‘몇 십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양적 공약은 이제 지양해야한다. 시대와 국내 주택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떤 구조의 도시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다. 도시는 단순한 물리 공간이 아니라 고령화·기후위기·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생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고령화사회 #고밀복합도시 #생활권도시 #도시계획 #국토균형 #15분도시 #대선공약 #K도시주택정책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