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 전경.(사진=호반건설)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호반건설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율을 18.46%까지 끌어올렸다. 호반건설은 이번 지분 확대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그간의 행보와 주주총회 참여 양상을 들어 경영권 개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12일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통해 자사 및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기존 17.44%에서 18.46%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 호텔앤리조트·호반 본사 명의로 1년여간 꾸준히 장내 매수
지분 확대는 △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장내에서 매입한 64만1,974주(0.96%)와 △ ㈜호반이 지난해 3월 취득한 3만4,000주(0.05%)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 호반호텔앤리조트는 6.81% △ ㈜호반은 0.15% △ 호반건설은 기존 보유분 11.50%를 포함해, 특별관계자 합산 기준 총 18.4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번 매입에 대해 “단순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 KCGI·팬오션 지분 인수하며 조 회장 측과의 간격 좁혀
호반건설은 지난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2023년에는 팬오션이 보유하던 지분 5.85%도 인수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좁혀나갔다.
현재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30.71%로, 이 가운데 10.58%는 산업은행이 보유 중이다. 다수 지분은 여전히 조 회장 측에 있지만, 의결 정족수를 고려하면 호반건설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주총 표결 참여…‘침묵의 영향력’ 본격화 조짐
올해 3월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호반건설은 이사 보수한도를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찬반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호반건설이 직접 표결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단순 투자자’임을 강조해온 호반건설이 주요 안건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영 참여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과거 금호산업 인수 시도 재조명
호반건설은 2015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를 시도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본입찰 직전 인수를 철회했지만,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가져온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 한진칼 지분 확대가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는 이유다. 만일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호반건설이 추가 지분 확보 또는 사내외 이사 선임 등을 시도할 경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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