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중형(전용 85~102㎡)이 중대형(102~135㎡)보다 높은 평균 매매가격을 기록하는 흐름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11월 기준 가격 격차는 2억원대로 확대됐으며, 인구 구조 변화와 자금 부담이 평형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평형별 가격 구조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KB부동산이 1일 공개한 11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 중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2억470만원, 중대형은 20억407만원으로 약 2억원의 차이가 나타났다. 중형이 중대형을 앞지르는 역전현상은 지난 2022년 11월 통계 개편 이후 단 한 차례도 뒤집히지 않은 상태다. 최근 들어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서울 도심권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중형 수요가 강화되며 중형이 중대형보다 높은 평균가격을 유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하우징포스트 DB)

◆ 인구 구조 변화와 자금 부담…중형 쏠림 강화
주택중개업계는 '가격 역전의 주요 요인으로 인구 구조 변화'를 먼저 꼽는다. 서울은 1~3인 가구 비중이 높고, 이 가운데 2~3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혼 후 자녀 수가 적은 가구 형태가 일반화하면서 중대형 이상의 평형을 선택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절대 수준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대형은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해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중형이 실질적인 선택지로 자리했고, 중대형은 금융 여력에 따라 수요층이 갈리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 신축 아파트의 평면 혁신…체감 면적 격차 축소
최근 신축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 팬트리 확장, 개별 드레스룸 등 공간 효율성을 높인 설계가 일반화돼 중형과 중대형의 체감 면적 차이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용 84~99㎡ 구간의 실사용 면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수요가 중형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견해다.
지역별 양상도 상이했다. 강북 14개 구에서는 중대형 평균가격(14억2,046만원)이 중형(12억9,725만원)보다 여전히 높았다. 반면 강남 11개 구에서는 중형(26억2,906만원)이 중대형(24억2,905만원)을 웃돌았다.
가격 상승폭이 컸던 강남권은 중대형의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해 중형으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다. 강남권에서 중형 신축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 평형 구조 변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
전용 13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는 서울 평균 36억2,830만원으로 중형·중대형과 완전히 다른 가격대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을 고액 자산가 중심의 독립된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중형·중대형 간 수요 이동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 상승과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중대형의 부담이 커졌고, 공간 효율성이 높은 중형이 실수요자에게 합리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대형은 자산가 중심 시장이어서 별도 트랙에서 움직인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주택개발 전문가들은 "중형 강세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인구·금융·상품 구조 변화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저출산 고착, 가구 축소, 실사용 면적 중심 소비 패턴, 높은 주택가격 구조 등이 유지되는 한 중형 우위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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