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는 오랜 기간 전면 철거와 고층 개발 중심의 정비가 반복돼 왔다. 이 방식은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오래된 골목의 기억을 지우며, 상인의 삶터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발 과정에서의 갈등 비용도 적지 않았다. 도심은 주거와 산업, 상업과 문화가 중첩된 복합 공간이기 때문에 단일한 해법으로는 지속 가능한 재생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산시장과 주교동 일대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봉제·원단·공예·소공인 산업이 뿌리를 내려왔다. 동시에 젊은 창작자와 관광 수요도 존재한다. 노후화와 쇠퇴 문제도 심각하다. 이 지역은 광장시장, 세운·을지로, 청계천, 훈련원공원을 연결하는 도심 핵심 축에 위치해 도심정책의 실험 무대로 삼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산업·창작·정원 결합하는 새로운 도심재생 모델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 방식의 세부 조정'이 아니라. '도시재생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방산시장·주교동 일대를 산업·문화·정원을 결합한 융복합 도시혁신지구로 기획하는 방향은 이러한 전환을 구체화할 수 있다.
전면 철거가 아닌 중층(6~15층) 중심의 재생은 골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기능을 재배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산업 기반을 유지하고 창작·디자인 기능을 결합하는 구조는 도심의 고유성을 보존하면서도 경제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오래된 간판과 골목 결, 산업 재질을 정원 요소로 재해석해 지역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방식도 도심재생의 새로운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야간 조명과 골목의 빛을 활용한 야간 경관 전략은 창작 활동과 관광을 결합하는 기능을 확장시킨다. 산업과 문화가 맞물리는 구조는 도심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네 개 공간축으로 도심 기능 재편
이 지역은 기능과 도시 맥락을 고려해 네 개의 공간축으로 재편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첫째, A구역은 스마트 제조와 연구개발(R&D)을 결합한 산업 혁신지구로 설정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공동장비센터와 제조지원 시설을 도입해 도심 제조산업의 기반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B구역은 창작·디자인 중심의 골목재생 구역으로 구성할 수 있다. 소규모 창작 스튜디오와 공방, 디자인 브랜드가 밀집하는 구조를 만들고, 공예·디자인 활동이 골목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동선을 정비하는 방식이다.
셋째, C구역은 관광과 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구역으로 기획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중층 규모의 호텔과 공예 체험, 전시·리테일 시설을 연계해 방문객이 체류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D구역은 창작자 주거와 공공문화시설을 통합한 문화·생활 복합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 창작자 주거, 전시시설, 도서관 등을 배치하고 훈련원공원과 청계천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형성해 도심 속 문화·정원 체계를 강화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 단계적 개발과 상생 기반, 지속 가능성의 핵심
도심재생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면 철거 방식에서 벗어나 단계 개발이 필요하다. 구역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개발하면 상인의 이탈을 줄이고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
상생 기반도 필수적이다. 기존 상인에게 우선 입주 기회를 보장하고, 장기임대상가와 임대료 안정화 장치를 마련해 지역경제와 산업 기반을 지켜야 한다. 개발 조직 역시 민관 협력 구조를 적용해 현실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 산업 생태계 회복과 경제·관광 효과도 기대
도심 산업 구조가 제조에서 창작, 브랜드, 상업, 관광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회복할 경우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방문 수요 확대로 지역 활성화가 기대되고,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도심재생을 상권 중심이 아니라 산업 기반에서 바라볼 경우 장기 도시경쟁력 강화와도 맞닿는 구조이다.
산업과 창작을 동시에 품는 도심 모델은 기존의 단일 기능 중심 개발과 차별화된다. 다양한 기능이 결합하는 방식은 지역의 고유성과 산업적 특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울 도심정책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서울 도심은 개발과 보존, 상생과 혁신이라는 복합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지역이다. 전면 철거 방식의 대규모 정비로는 이 과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
방산시장·주교동 일대를 산업·문화·정원 기반의 융복합 도시혁신지구로 설정하는 방향은 서울 도심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골목의 기억을 유지하면서 산업·창작 생태계를 회복하는 방식은 재생의 지속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유효한 구조로 평가된다.
서울과 정부가 도심정책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단일 목적 중심의 개발을 넘어서 기능을 융합하고 지역 고유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을 재정렬할 필요가 있다. 방산시장·주교동 일대를 두고 새로운 제안을 해봤다. 이러한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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