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이 정비구역(재개발구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병목'과 '지연'이 누적됐다는 지적이 18일 정치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신통기획을 통해 224곳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지만, 공사에 들어간 사업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서울시가 심의·인허가 기능을 단일창구로 집중한 구조가 정비사업 전체의 속도를 늦추는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주택시장에서도 신통기획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근본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민주당 “정비구역 확대에도 '착공 부재'…정책 효과 전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신속통합기획의 실효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비구역 확대는 빠르게 이뤄졌지만 실제 사업이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아 정책의 핵심 취지가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한강벨트 가격 상승을 자극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임 기간 동안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비교 수치를 제시해 정책 실패 책임을 강조했다.
정비사업이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은 구역 지정만 늘리고 사업 추진 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여당 내부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인사들이 일제히 토론회에 참석해 신통기획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점도 이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국회의원회관에서 18일 열린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 현장.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현황과 문제점 질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신속통합기획' 취지…절차 묶어 속도 높이는 구조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도시계획심의, 건축심의 등 여러 절차를 초기 단계에서 함께 검토해 전체 일정을 단축하겠다는 제도다.
기존에는 단계별로 순차 심의가 이뤄져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통기획은 이를 병렬적으로 묶어 계획의 큰 틀을 빠르게 확정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제도 초기에는 “초기 구간이 빨라졌다”는 체감 속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획 속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착공까지 이어지는 전체 일정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었다. 후속 심의와 인허가 과정 역시 동일한 물량 증가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시 인허가 단일창구가 문제" 지적
신속통합기획의 가장 큰 한계는 핵심 심의 절차가 모두 서울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 주요 심의 기능을 한 기관이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정비구역이 늘어날수록 행정 처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정비계획은 조기에 수립되더라도, 후속 절차에서 서울시의 검토·조정 역량이 제한되면 전체 일정은 되레 길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정비사업은 교통, 환경, 안전 등 복합 논점이 얽혀 있어 단계별 검토가 필수적이지만, 신통기획이 빠르게 확대된 속도에 비해 심의 역량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구역이 초기 지정 이후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지원 강화와 행정역량 괴리…원인은?
서울시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공공지원 기능을 강화하면 속도전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신통기획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러나 정비구역이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심의와 검토를 담당하는 조직 역량은 제자리였고, 이 괴리가 병목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정비사업은 단순한 계획 수립을 넘어 이해관계 조정, 안전성 검토 등 고밀도 행정업무가 요구되는데, 이러한 업무까지 서울시가 모두 맡는 구조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초기 단계는 빨라졌지만 정작 중요한 중·후반 절차가 막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 "인허가 권한, 자치구 분산 등 대안 마련 시급"
정비사업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중심의 단일창구 운영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자치구가 정비계획 입안과 일부 심의를 맡고, 서울시는 도시 전체 전략과 기준 마련 역할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이다.
일정 규모 이하 사업은 자치구 단계에서 심의를 마치고, 대규모 사업만 서울시 심의를 거치는 다중 창구 체계도 거론된다. 이러한 구조 개편이 이뤄질 경우 정비구역 지정에서 착공까지의 연결성이 개선되고, 신통기획이 본래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지연이 특정 정책의 성패 문제라기보다 권한 집중과 업무량 간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권한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통기획은 앞으로도 속도 향상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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