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8일부터 정식 운항을 시작하는 ‘한강 수상버스’. 마곡~잠실 7개 선착장을 연결하며, 친환경 하이브리드·전기 선박으로 운영된다. (사진=내손안에서울)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20여 년간 말 많고 탈 많던 서울시의 숙원사업, ‘한강 수상버스’가 오는 18일 오전 11시 마곡에서 잠실까지 한강을 가르며 첫 운항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한강 수상교통'을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수차례 시도와 좌절을 반복해왔다. 이번 출항은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별 관심사업으로 강하게 추진해온 정책 결과다. 교통난 완화와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그 성패는 이제 시민의 선택과 실제 교통 효과에 달려 있다.
◆ 20여년 추진해온 한강 수상교통
서울의 한강 수상교통 논의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07년에는 ‘한강 수상택시’ 사업이 도입되며 본격적인 첫 시도가 이뤄졌다. 당시 한강변을 중심으로 한강 수상교통망을 조성해 출퇴근 교통난을 완화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용객 저조와 접근성 한계, 운영비 적자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됐다.
2010년대에도 간헐적인 논의가 이어졌으나, 본격적인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민간업체와 함께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했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불신, 그리고 수상교통의 현실적 한계가 지적되며 추진력이 떨어졌다.
◆ 오세훈 시장, ‘특별 관심사업’으로 추진
지난 2023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한강을 서울의 ‘제2의 교통축’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핵심 과제가 바로 ‘한강 리버버스(이후 한강버스)’였다. 오 시장은 런던 템스강의 ‘리버버스’를 벤치마킹해 서울형 수상버스를 설계했다. 이를 서울시 핵심 공약이자 본인의 특별 관심사업으로 강하게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는 ▲마곡~잠실 7개 선착장 연결 ▲하이브리드·전기 친환경 선박 12척 도입 ▲교통과 관광을 동시에 겨냥한 복합 교통서비스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급행 운항을 통해 한강변 교통 체증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한강 수상버스 노선도와 운항 시간표. 이달 18일~10월 9일은 일반 노선으로 운행한다. 내달 10일부터는 출퇴근 급행노선을 포함해 운항 시간이 확대된다. (사진=내손안에서울)
◆지연과 논란의 연속
한강 수상버스는 기대와 달리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2023년 10월 출항을 목표로 했으나, 선박 제작 지연과 선착장 공사 난항으로 일정이 잇따라 미뤄졌다.
또한 신생업체의 선박 계약 수주와 210억 원 규모의 선지급금 지급 문제가 불거지며 ‘특혜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고, 서울시는 “정치적 공세”라며 반박했다. 일부 선박은 제작사가 제때 납품하지 못해 다른 조선소에 재하청되는 등 사업 구조의 불안정성도 드러났다.
이러한 논란은 사업의 투명성과 정치적 책임 문제로 확산되며 서울시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지속적으로 사업 추진을 강조하며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2025년 시범운항과 정식 출항 확정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약 3개월간 시민체험 시범운항을 진행했다.
전체 5,562명의 시민이 탑승했으며, 만족도는 81%에 달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강 야경, 선실 외부 전망 공간,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에서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특히 한강을 수상에서 이동하며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교통 경험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 운영 체계를 보완한 서울시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마곡에서 잠실까지 첫 정식 운항을 확정했다.
정식 운항 초기에는 하루 14회 운행,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며, 편도 요금은 3,000원이다. 5,000원을 추가하면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무제한 탑승과 대중교통 환승할인도 가능하다.
내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대 급행노선을 도입해 15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연내에는 선박을 총 12척으로 확대해 하루 48회까지 늘릴 예정이다. 모든 선박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서울 마곡선착장에 정박중인 한강 수상버스. 서울시는 18일부터 마곡~잠실 7개 선착장을 연결하는 정식 운항을 시작한다. (자료=서울시)
◆ 남은 쟁점과 과제
정식 출항을 앞두고도 세 가지 핵심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경제성 논란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에 비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관광객 수요 확대와 급행노선 확충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둘째, 안전성과 재난 대응 문제다. 수상교통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구조 체계가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망에 편입하고, 소방·경찰과 합동훈련을 실시하며 사고 대응 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한다.
셋째, 교통효과의 실질성이다. 한강 수상버스가 실제로 출퇴근 교통난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현재는 마곡과 잠실 등 일부 구간에만 선착장이 집중돼 있어 광범위한 교통 체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무료 셔틀버스와 버스·지하철 연계망 강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시민 선택이 성공 열쇠
서울시는 한강 수상버스를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문화 복합 서비스로 발전시키려 한다.
각 선박에는 ‘경복궁호’, ‘세빛섬호’ 등 서울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였고, 카페, 포토존, 따릉이 대여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마련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의 성패가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함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세금 먹는 하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정식 운항 이후에도 시민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교통 접근성, 안전성, 요금 체계 등에서 시민 중심의 발전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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