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 칼럼니스트=임동준 자이랜드 대표]
지방 도시재생이 다야한 국가적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답보 상태다. 수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인구 유출과 상권 쇠퇴는 멈추지 않았다. 단기 정비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는 근본적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 이제는 주민 참여, 데이터 기반, 금융 연계라는 3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지속가능한 재생이 가능하다.
◆ AI 감정평가, 도시재생에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 이번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공형 AVM(자동가치산정모형)'이다. AVM은 쉽게 말해 'AI 감정평가'다. 거래가 드문 지역이라도 주변 거래, 인구, 상권, 건물 특성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집값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시스템이다.
은행은 보통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을 심사한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 주택은 이 시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AVM이 보완 역할을 하면, 지금까지 담보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주택도 대출이 가능해지고 금융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다.
◆ 지방재생, 주민·데이터·금융 3축이 뒷받침해야
첫째, 주민 참여다. 주민은 단순히 설명회에 동원되는 대상이 아니라, 비전 수립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동네별 워크숍과 타운홀 미팅에서 주민이 직접 문제와 희망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조율하는 촉진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성이 확보된다.
둘째, 데이터 기반이다. 주민 참여가 감성적 요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 필지 단위의 주택, 상권, 인구 동향을 보여주는 ‘현황 지도’는 주민 토론의 공통 언어가 된다. 나아가 주민 제안을 시나리오로 구체화하고,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BAU)와 개입했을 때의 변화를 비교하는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계획이 우리 동네를 어떻게 바꿀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참여는 힘을 얻는다.
셋째, 금융 연계다. 재생은 결국 생활과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 주택은 시세 공백으로 인해 담보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청년, 신혼부부, 귀향 세대가 이주를 결심해도 대출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도시재생의 목표가 인구 유입이라면 금융 접근성은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공공형 AVM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역 은행과 저축은행이 이를 활용하면 지방 주택담보대출을 합리적으로 취급할 수 있고, 청년층의 정착 여건도 크게 개선된다. 미국 커뮤니티뱅크가 AVM으로 소액대출을 활성화한 경험은 좋은 참고 사례다. 다만 소형 금융기관이 규제 부담 때문에 소외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비례적 규제와 독립 검증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숨통을 틔울 ‘결정적 보완재’
물론 지방재생은 감정평가 하나로 좌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 참여가 제도화되고, 데이터가 설계와 성과관리를 뒷받침하며, 금융이 현실적 지원을 제공할 때만 장기적 변화가 가능하다.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청년과 귀향 세대가 안심하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
AVM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지방재생의 숨통을 틔우는 결정적 보완재다. 정책 당국과 금융권은 이를 제도화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지방 소도시는 재생의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다. 지금 결단한다면, AI 감정평가라는 새로운 도구는 한국형 도시재생의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