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 하우징포스트 대기자]
대한민국 주택공급의 중심에는 언제나 LH가 있었다. 전국 곳곳에 신도시를 조성하고, 공공임대주택 100만 가구 이상을 공급·운영하며 국민 주거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돼 지금의 LH 체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구조가 선진국형 공공주거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LH의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세계 10대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정책형 조직”을 만들어야 할 때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토지주택청’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LH공사를 두어 정책과 집행을 분리하되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이 요구된다.
◆ 한계 드러난 공기업 LH, 조직 개편 시급
LH는 헌법이 보장한 ‘공공필요에 의한 토지수용권’을 위임받아 택지를 조성해왔다. 그러나 확보한 택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을 반복하며, 공공용지 개발이익이 민간으로 과도하게 흘러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져 장기적 일관성도 무너졌다. OECD 주요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평균 7% 내외지만, 한국은 이보다 낮아 주거복지 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게다가 초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겹치면서, 현행 LH 체계만으로는 안정적인 주거복지와 공급 관리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는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상설 주거행정청이 필요하다.
◆ '토지주택청-LH공사, 이원 체계로 개편해야
정책과 집행을 분리하되 긴밀히 연계하는 이원 체계가 해법이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토지주택청을 설치하고, 그 산하에 LH공사를 두는 방식이다. 새만금청과 새만금개발공사의 관계처럼 정책과 실행을 나누되 효율성을 높이는 모델이다.
토지주택청은 ▲공공주택 정책 연구·기획·실행 ▲노후 임대주택 재생 정책 ▲청년·고령층·취약계층을 아우르는 주거복지 정책 총괄 등의 기능을 맡는다. LH공사는 ▲신도시·공공택지 조성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 건설 ▲공공주택 관리·운영을 담당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의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 토지주택청의 핵심 업무
첫째, 공공택지의 직접 개발이다. 지금까지 LH는 택지를 조성한 뒤 공공용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익 실현이 일부 소홀했고, 개발이익이 민간에 과도하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으로는 LH가 '개발 주체로서 토지 조성→주거·공공시설 설계·공사 발주→개발 관리까지 총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생이다. LH가 공급·운영 중인 공공임대주택은 100만 호가 넘으며, 이 중 상당수는 준공 15년이 넘어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다. 특히 서울의 장기임대주택은 2029년까지 40% 이상이 30년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보수를 넘어, 국가 차원의 재건축·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한다. 스마트·친환경 임대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셋째, 국가 주거복지 총괄이다. 토지주택청은 단순 집행기관이 아니다. 주택도시기금과 공공채권을 활용해 재원을 조달하고, 청년·고령층·취약계층을 포함한 주거복지 정책과 도시재생을 총괄하는 종합 주거행정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선진국 수준의 주거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
◆ 이젠, ‘토지주택청 시대’ 열자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HDB)이 전체 주택의 약 78%를 직접 공급·운영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국토교통성이 주거정책을 총괄하며, 최근에는 공공임대주택 재생을 국가 과제로 다루고 있다. 선진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거정책은 공공 행정청이 직접 설계하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LH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공공주거정책 실행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국가 위상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선 지금, LH 단독 체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도 ▲공공주택 공급·운영 ▲노후 공공주택 재생 ▲국가 주거복지 정책 총괄 등은 이원화된 체계만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국민 주거권 보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토지주택청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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