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1일 취임했다. 계엄·탄핵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기대 속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국토부 수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정권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부처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6.27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평가하며, 동시에 양질의 주택 공급 시스템 구축(도심 유휴부지 활용·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3기 신도시 속도 제고·공공성 고려 정비사업 활성화), LH 구조 개혁과 공공주거 역할 강화,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계층 맞춤형 주거 지원, 세종 행정수도·새만금 서해안권·가덕도신공항 등 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 자율주행차·UAM·RE100 산업단지 등 신성장동력 확충,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국토 균형발전 가속화, 국토부 조직문화 혁신(수평적 소통·갑질 근절) 등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전체적으로 주거복지 고도화·다각화와 국토 균형발전 의지는 현재 국토·도시정책 환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주택시장 진단과 대책 마련 부문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토·도시·주택·건설 환경은 과거 산업화·개발·공급 중심에서 관리·재생·균형발전·친환경·첨단 기술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언론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
김 장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화된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걸맞는 새로운 국토·도시·주택 정책 철학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야 새 정부 국토정책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주택정책, '공급 강박증 탈피'부터 시작해야
주택공급 확대는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아파트를 더 많이 지으면 집값이 잡힌다”는 프레임은 현재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24년 기준 104.8%로, 가구 수보다 집의 수가 더 많다. 주택의 절대 부족 상태는 넘어섰다. 이제는 양보다 질을 따지는, ‘더 좋은 집을 갖기 위한 소비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서울은 만성적 공급 부족 지역으로 존재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격 역시 상시 불안 지역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주요 수도들이 겪는 구조적 특성이다. 정부가 서울·수도권 주택정책을 지방과 차별화해 차분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에도 서울 집값 변동 상황에 그런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주택시장이 불안한 것처럼 과민하게 반응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여론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관성적·의도적 여론몰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인구 감소 현실까지 감안한 '적정 공급·관리 체계'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서울의 가격 변동 상황에 휘둘려서 인접 수도권에 '무차별 공급'을 지속한다면, 나중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종국에는 수요 부족에 따른 공급과잉, 가격 하락, 자산가치 훼손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공공주거 고품질·다각화... 'K-주거복지' 전략 시급
2025년 이후 대한민국 주거정책은 단순히 '아파트 몇십만 가구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 고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정책 목표가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서민층 대상의 고품질 공공주거 공급·관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실행 방법의 하나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혁신해야 한다. LH를 단순히 공공택지의 조성·판매 기관이 아닌 '공공 디벨로퍼(Public Developer)' 역할을 부여해서, 공공주택을 직접 개발·공급토록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돌봄·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주거,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계층별 맞춤형 주거 모델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런 변화들이 모이면 세계가 주목할 ‘K-주거복지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이제는 '양적 공급 중심'에서 '주거 품질 중심 정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민간주택시장은 '자율'에, 정부는 '주거복지·공정과세'에 집중
주택시장은 본래 민간시장 기능이 중심이다. 따라서 가격·거래·공급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택의 절대 부족으로 '극심한 수급불균형' 상태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탓에 '시장 자율'로 운영할 상태가 아니었다. 정부의 개입이 절대 필요한 시대였다.

이제는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주택 부족 상황이 상당히 해소됐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주택시장에 자율을 주고, 정부는 공공주거복지에 집중하면 된다.
정부가 국지적 가격 급등에 과민하게 반응해 '호들갑 규제'를 반복하거나 공급정책을 펼칠 경우, 이는 부작용을 낳고 주택시장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제 '공정한 과세와 주거 복지'에 집중돼야 한다. 공평 과세는 시장 신뢰 확보와 장기적 주거 안정의 기초다. 이 같은 역할 분담 원칙이 확립될 때 주택시장은 선진화되고 안정될 수 있다.

◆국토 균형발전·도시혁신...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
국토 균형발전도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과제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국가 공간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또한 대책 없이 늙어가는 '전국 도시의 노후 도심 재생'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대로 두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첨단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를 접목한 '미래형 신도시'를 각 지역의 필요에 맞춰 개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과제들이 뒤로 밀린다면 지역 불균형 심화, 지방소멸 가속화, 기후위기 대응 실패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된다. 국토부는 균형발전과 도시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분명하게 수행해야 한다. 김윤덕 장관이 이러한 전환점을 인식하고, 과거의 관성을 벗어난 혁신적 국토정책 철학을 구축·실행해야 한다. 그러면 정권 성공을 넘어 국가와 정부의 지속 가능한 성공 토대를 마련하는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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