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언론이 이달들어 쏟아내는 서울 집값 보도에서 어김없이 ‘정쟁 조장’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집권 10여일 만에 집값이 올랐다는 인상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시간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황당한 주장이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이 갓 지났다. 새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다. 국정 운영의 윤곽도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라인이나 국토교통부 조직 개편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올렸다"고 느끼게 하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 "집권 10일 만에 집값 올랐다?"…민망한 '부동산 정쟁 도구화'
최근 기사 제목들을 보면 논리 비약과 팩트 왜곡이 심각하다. "서울 집값도 이재명 랠리?", "불붙은 서울 집값…부동산도 이재명 랠리", "정부 출범 앞두고 집값 폭등" 등의 제목은 새 정권이 집값 상승 원인인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서울 아파트 값은 올해만 오른 것이 아니었다. 작년부터 올해 6월 14일 현재까지 꾸준히 주간 상승률 기준, 오름세가 유지됐다. 작년에도 4월부터 40주 연속 상승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를 기점으로 현재(14일)까지 19주 연속 상승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 3구와 용산지역 오름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한국부동산원 통계)이다.
이처럼 서울 집값 상승세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정 아래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집값 상승세를 새 정부 탓으로 돌리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른 왜곡이고, 편향 보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정파성에 찌든 집값 보도…폐해 심각
윤석열 정부 기간, 서울 집값 상승랠리에 언론들은 '수급 불균형, 금리 변화, 경기 회복 등 구조적 요인' 등의 내용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투자 가이드를 곁들였다. 그러나 이달들어 진보정권이 들어서자 득달같이 태도가 돌변한다. 원인 분석보다는 정권 탓을 하고, 감정적인 단죄 프레임을 들이댄다.
이런 현상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 그리고 2025년 이재명 정부까지. 진보정권 출범 때마다 일부 언론은 집값과 정권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프레임을 반복해왔다. 이는 언론의 공익성과 객관성을 훼손한다. 언론 스스로를 정치 도구로 전락시키는 퇴행적 행태다.
집값은 공급, 수요, 금리, 유동성, 세제, 심리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시점과 단순 연동시키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이같은 정파적 보도는 국민의 인식을 왜곡하고, 정책 설계에 혼선을 초래한다. 사회 갈등과 정치 불신을 키운다. 정책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시장 안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
지금은 복합미디어 시대다. 다양한 SNS와 대안 미디어가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여전히 ‘집값 정쟁 놀이’를 반복한다. 우리 언론들이 지난 30여 년간 지속해온 부동산 정보의 정치 도구화 행태는 중단돼야한다. 스스로 끊지못하면 언론은 국민과 독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 '아파트 타령' 멈추고…도시·주거·부동산 본질 정보 다뤄야
도시·주택·부동산 전문 매체 하우징포스트는 지난 대선 기간 중 ‘K-도시주택 대혁신’ 시리즈를 통해 세 가지 방향, 즉 정파 아닌 구조적 분석 기반의 주택정책, 공급 일변도에서 주거복지 중심 전환, 민간시장 개입 축소 및 공공임대 확대 집중 등을 제시했다.
첫째, 주택정책은 정파가 아니라 구조적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둘째,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민간시장 개입을 줄이고 주거복지·공공임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안했다.
우리 주택시장은 과거와는 현격히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주택보급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고, 신도시 개발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도심 공동화, 노후 도심 재생, 인구 고령화, 기후·에너지 위기, 스마트시티 전환, 교통 혁신 등의 거대한 복합 과제가 산적했다. 이에 대응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과 정치권은 여전히 "수십만 가구 아파트 공급"만을 반복한다.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 정부·시장·언론…“각자 제자리 찾기” 시급
앞으로의 국토·도시·주거 정책은 단순한 아파트 공급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시장 자율성(가격·공급·거래)을 보장하되, 사회 불안 요인에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개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거둔 재정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과 주거복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부동산시장 참여자(수요자·투자자·기업)는 자유로운 시장 활동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산증식이 있을 경우, 납세 책임 이행은 필수다. 언론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파적 편향 보도 관행을 멈춰야 한다. 시장 흐름과 정책 분석 정보를 공정하게 가공·전달해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정보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남용한다면, 국민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론이 진정으로 국민의 주거 안정을 바라고, 21세기 대한민국의 ‘K-도시·주거’ 체제를 정착시키길 바란다면, 이제는 ‘부동산 정보의 정파적 도구화’와 ‘정쟁화’ 놀음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