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격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규제를 풀어놓고 집값이 오르자 다시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 시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면 눌렀던 스프링처럼 가격이 튀어 오를 수 있다"며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는 예상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남·송파권을 중심으로 호가는 급등했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억 원이 상승한 매물도 등장했다. 반면, 매수자들은 부담을 느끼며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섰다.
◆가격 급등에 거래 위축…"책임은 누가 지나"
서울시는 "실거래량 증가폭이 크지 않다"며 시장 안정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변명이다. 가격이 급등하면 매수세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강남권(잠실·삼성·대치·청담)의 거래량이 78건에서 87건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숫자일 뿐 시장의 정상 작동 신호로 보기 어렵다. 현재 시장은 ‘거래 활성화’가 아닌 ‘호가 상승에 따른 거래 정체’로 가고 있다.
◆"오르면 다시 규제?"…;오락가락 정책', 신뢰 추락
오 시장의 발언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집값 상승이 과도하면 다시 규제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거래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집값 안정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해제를 강행하더니, 다시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오락가락한 정책은 시장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결국 피해는 시민의 몫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강남권 토지 보유자와 투자자들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다"며 실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흐리는 변명이다.
오 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자마자, 해당 지역 아파트 시세는 즉각 급등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는 당연히 줄어드는 게 시장의 흐름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거래량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만 내세우며, 정작 시장에서 나타나는 호가 급등과 거래 위축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애초에 왜 풀었나, 다시 규제할 거면 왜 해제했나"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단기적인 실험이 아니었다면,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장기적인 로드맵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충분한 검토 없이 갑작스럽게 규제를 해제했고, 그 결과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정치적 국면을 고려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계엄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한 엄중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후유증의 책임 또한 온전히 오 시장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