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10·15 부동산 안정대책’은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일정 수준 안정시킬 가능성이 높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동시에 묶은 초강력 규제로 투자성 매수(가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달 발표된 ‘9·7 수도권 공급대책’과의 병행 효과까지 더해지면 시장 안정 흐름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강력한 수요억제 조치와 공급 확대 전략에 ‘몰핀형(진통제형) 안정처방’이 더해졌기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안정효과는 장기적·구조적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련된 임시방편적 대책인 탓이다.
◆ 초강도 규제…단기 안정 효과는 분명
정부는 지난 6월 6·27 대출규제, 9월 9·7 공급대책에 이어 이번에는 금융·세제·청약을 모두 조이는 전면적 규제책을 꺼냈다. 서울 25개 구 전체와 경기 12곳이 조정·투기·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동시에 지정되면서, 수도권 핵심 시장이 사실상 전면 규제망에 들어갔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 초과~25억 이하 4억 원 ▲25억 초과 2억 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금리 인상에 대비해 여신심사 때 가산 적용하는 금리)는 1.5%에서 3%로 상향됐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연간 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에 반영된다.
국토교통부는 “한강벨트와 분당·과천 등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외곽으로 번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택업계 역시 “이번 규제의 강도는 최근 수년간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비롯한 고가주택 거래는 관망세로 전환되고, 외곽지역의 투자성 매수세는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감소와 매수 심리 냉각이 병행되며, 가격 상승세도 한동안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 공급대책 병행…안정 효과 확대 전망
정부는 이번 규제와 함께 9·7 공급대책의 실행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청사·국공유지·공공기관 부지 등을 활용한 신규 주택공급 계획을 12월 중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기조를 넘어,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안정화 전략’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정책이 현실화되는 시점에는 투자수요보다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10·15 규제와의 병행 효과로 수도권 가격 흐름이 일정 부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수요는 조이고, 공급은 늘린다”는 병행전략을 통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려는 구조적 시도라 할 수 있다.
◆ 서울 집값, 왜 유독 과열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 안정에는 효과적이지만,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의 구조적 요인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서울의 주택가격 불안은 투기심리보다는 수도권 집중과 인프라 편중에서 비롯된 '장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일자리, 교육, 교통, 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도심 수요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 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은 도쿄·런던·파리·뉴욕 등 주요 선진국 수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서울의 상승 속도와 가격 수준은 이들 도시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재명 대통령도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소득 대비 집값이 세계 1위 수준”이라며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은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서울 집값의 과열을 국제적 수준에서 진단하면서도, 시장 구조 자체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서울의 과열은 일시적 수요가 아니라 구조적 수요의 결과”라며 “국가 균형발전, 지방 혁신도시 육성, 주거·산업 인프라 분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 장기 안정 관건은 ‘균형발전과 정책 신뢰’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불안정은 결국 국토의 불균형 발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서울의 주택 수요는 근본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 주택정책은 단기적 안정 대책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구조 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수요억제–공급확대’의 병행 기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9·7 공급대책의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추진되고, 10·15 규제의 안정효과가 맞물릴 경우, 수도권 시장은 단기 안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안정 흐름을 일시적 진정이 아닌 ‘지속 가능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단기 시장 조정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균형발전 전략과 정책 신뢰의 축적이 병행돼야 한다. 이 두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수도권 주택시장은 구조적 안정 기반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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