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전세사기 피해 발생 구조. 위탁자(집주인처럼 보이는 사람)가 권한 없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세입자는 보증금 보호를 받지 못하고 신탁사·금융권 채무 관계 속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처음으로 공공 매입되면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세입자 구제가 본격화됐다. 국토교통부는 대구 북구의 다세대주택 16가구를 개정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최초로 매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사례는 신탁회사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어 기존에는 보호받지 못했던 주택까지 구제의 길이 열린 상징적 조치다.

◆신탁 피해주택, 왜 문제가 됐나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실제 권한이 없는 사람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세입자와 계약을 맺은 경우를 말한다. 이런 계약은 ‘무권계약(권한 없는 계약)’으로 불리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등기부에는 신탁회사가 ‘소유자’로 기재되는데, 원래 소유주가 여전히 집주인인 것처럼 세입자에게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개인 건물주가 금융기관 대출을 위해 집을 신탁회사 명의로 이전했음에도 세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규모 시행사가 분양이 지연된 다세대주택을 임대 놓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지킬 방법이 없고, 법원 경매 같은 강제 절차도 이용할 수 없어 피해가 발생한다. 이번 대구 사례는 공공이 직접 매입에 나서면서 구제 불가능하던 영역까지 제도적 지원이 확대된 의미를 갖는다.

◆LH, 매입 속도 급가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법원 경매에서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은 피해주택을 매입하고, 이를 보증금으로 전환해 세입자가 최대 10년간 임대료 부담 없이 거주하도록 지원한다. 퇴거 시에는 경매 차익을 돌려받아 보증금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은 1,924가구다. 최초 1,000가구까지는 517일이 걸렸지만, 이후 924가구는 63일 만에 매입하는 등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피해자 현황, 청년층 피해 뚜렷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8월 한 달간 2,008건을 심의해 950건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누적 피해자 결정 건수는 3만3,135건에 달한다. 피해자의 97.5%는 보증금 3억원 이하 세입자이며, 40세 미만 청년층이 75%를 차지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비중이 60%를 넘어 청년·서민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원스톱 지원 체계 운영
피해자는 거주지 관할 지자체에 신청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와 안심전세포털을 통해 임대주택 제공, 경·공매 대행, 긴급 주거지원, 무료 법률상담 등 종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번 첫 매입 성과를 계기로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예외 없이 구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피해자 주거안정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탁전세사기 #전세사기피해자 #LH매입 #주거안정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