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밥콕 랜치(Babcock Ranch)는 도시 단위 에너지 자립을 실현한 대표적인 '에너지 신도시'다. 에너지 자립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 센터, 수영장 등 주민 편의시설을 통합 설계한 ‘생활 인프라 자족형 도시’다. 정주 여건과 복합 인프라를 모두 갖춘 이 도시 모델은 미래 'K-신도시'가 참고해볼 '정주권 기반 도시전략'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진=밥콕랜치 공식 홈페이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도시는 본질적으로 연결이다. 교통 인프라는 도시의 외연을 넓히고, 지역 간 상호작용을 증폭시키며, 도시 내부의 기능을 재정비한다. GTX, BRT, 철도망의 고도화는 단순한 교통편의가 아니라 도시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기제다.
◆ 연결 인프라가 도시경쟁력의 시작
예컨대 GTX-B 노선이 개통되면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까지의 통근 시간이 약 20분대로 단축되며, 이는 기존 60분 이상 소요되던 이동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 도시 간 생활권을 통합하는 직접적 효과를 낳는다. 도시의 물리적 범위가 넓어지고, 이동 시간은 짧아질수록, 시민의 노동권·생활권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30분 도시' 개념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거주지와 일터, 교육과 문화시설을 일정 시간 내에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도시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정책 근거다.
국토교통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2030' 계획은 GTX-A·B·C 노선을 포함한 수도권 외곽 연결망을 구축하고, 지방에도 광역환승센터 확충을 통해 이동 편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 교통 인프라, 도시 성장의 주춧돌
교통인프라는 도시 확장의 결정적 조건이자,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열쇠이다. 수도권의 GTX와 같은 고속철도는 도시 중심축을 재편하고, 인근 지역의 가치와 인구 흐름을 바꾼다. 지방에서는 간선도로망, 환승허브, 광역버스체계 확장이 핵심이다. 이러한 교통 개선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조건이 된다. 교통은 주거를 결정하고, 산업 입지를 결정하며, 도심 회복력을 결정한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은 2021년 제정된 이후 총 1.2조 달러 규모로 집행되며, 이 중 약 3,000억 달러 이상이 철도·도로·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에 할당되었다. 이후 2023년 기준으로는 도로 인프라에 약 3,500억 달러, 철도 부문에 약 660억 달러,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75억 달러가 추가 확정되었고, 대부분이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해 실행 중이다. 이는 도시 내 접근성과 물류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복합형 투자로 평가된다.

교통·에너지 기반 K-시티 정책 프레임 개요(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 '에너지 자립'은 지속가능 도시 필수조건
21세기형 도시는 에너지 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움직인다. 태양광·수소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ESS(에너지 저장장치), 분산형 전력망,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 모델이 없다면, 대도시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가정이 곧 전력 생산기지'가 되는 에너지 자립 시대는 시민의 소비 방식은 물론 도시 인프라 계획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정부는 '에너지 리츠(Energy REITs)' 등을 통해 민간투자와 자산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부동산원은 상호 협력하여 '분산형 에너지 리츠 시범사업'을 기획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소규모 도시형 리츠 모델을 실증 단계로 운영 중이다.
미국·독일의 에너지 리츠 사례는 단위 도시·건축물에서 전기 생산과 저장, 공급까지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체계를 가능하게 했다. EU는 2023년 개정된 재생에너지 지침(RED III)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42.5%로 확대할 것을 의무화했다. 독일의 바이에른주는 마을 단위의 분산형 전력체계를 구축하며, 지자체 중심의 에너지 리츠 기반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 지방소멸 해법, 교통·에너지 등 '생존 인프라'가 관건
국가 균형발전은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가 먼저 확충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서울만 GTX가 깔리고, 대도시만 신재생 인프라가 공급되는 구조에서는, 지방의 정주 매력은 약화되고,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된다. 지방 소도시와 농산어촌에도 자립형 에너지 체계와 통합형 교통망을 구축해야, '탈서울'이 진정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국토의 반 이상이 사실상 교통·에너지 낙후지역이라는 현실은, 새로운 K-도시 전략 없이 미래세대의 정주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지역 간 교통접근성 격차 분석'(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이 철도 접근성이 전국 평균의 50% 이하이며,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역 에너지 복지 실태조사'(2022)를 통해 농산어촌의 에너지 접근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Strategic Transport Infrastructure to 2030(2030년 전략적 교통 인프라 보고서)'에서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방 교통망과 에너지 보급 기반 확충을 핵심 인프라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 도시 혁신 기본은 교통·에너지 등 '정주권 인프라' 확보
정책은 제도와 규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도시는 결국 인프라라는 하드웨어에 기반한 구조물이다. 스마트시티, 청년주택, 복지서비스 모두 교통·에너지 인프라 위에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청년층의 도시 이탈을 막고, 가족의 정착을 유도하며, 고령 인구의 돌봄을 도시 내에서 감당하기 위해선, 도시 기능의 핵심인 교통과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정주권 확보형 인프라'가 곧 도시의 생존전략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공공 인프라의 79%는 지방정부가 운용하며, 정책보다 유지관리·보완에 실질적 영향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 '시간 인프라'에 투자하는 선진국
독일 헤센주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가장 유능한 시간 복장 구조'를 목표로, 도시별 30분 이내 이동권 보장을 핵심 도시 전략으로 삼았다. 공공 인프라와 교통 환승체계를 결합한 이들 도시는, 시민의 시간 효율성을 높이면서 도시 내 생산성도 끌어올렸다. 예컨대 독일 헤센주는 고밀도 환승 트램 정류장과 직주근접형 전철망을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고속도로(Fietssnelwegen)와 수변 트램 플랫폼을 통해 도심 접근성과 친환경 교통 시스템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교통 부문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14%로 상향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및 철도 전력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간 효율성과 친환경 도시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밥콕 랜치는 도시 단위 에너지 자립을 실현한 대표적인 '에너지 신도시'다. 880에이커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는 재난 상황에서도 도시 전력망을 유지하며, ‘생존 인프라’ 전략의 현실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밥콕 랜치의 태양광 발전소 전경.(자료=밥랜치 공식 홈페이지)

◆ 해법은 생존 인프라와 '에너지 신도시'
주택정책은 공급 숫자가 아니라, 연결성의 품질과 지속가능한 자립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교통·에너지 인프라는 도시를 지탱하는 두 축이다. 'K-시티·하우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토대가 되는 도시 인프라의 자립성과 확장성이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통·에너지 인프라를 '정주 인권 기반 도시 전략'으로 전환하고, 정책·예산·기술 혁신을 일관되게 연계할 필요가 있다. 도시혁신의 승부는 이제, 하드웨어 혁신에서 갈린다. 특히 향후 ‘K-시티’ 전략에는 에너지 자립과 교통 연결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에너지 신도시(Energy-based Urban Core)’ 구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역 전력망, 통합형 주거·산업단지, 공공 인프라 최적화 등으로 구성된 '미래형 자족도시 모델'로, 이미 유럽의 '스마트 에너지 도시'나 미국의 '클린 에너지 허브' 계획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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