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5년 중견주택 분양 계획 및 분양 실적.(자료=대한주택건설협회)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지방 미분양 누적과 분양시장 양극화 속에 중견 주택업체들이 '생존 공포’에 직면했다. 올해 1분기 주택 분양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추락했다. 일부 지역은 분양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중견 주택개발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이하 주건협)'가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중견 건설사의 전국 분양 실적은 481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3251가구) 이후 1분기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기(1만9075가구) 대비 74.8%, 직전 분기(2만4693가구) 대비로는 80.5% 감소했다.
◆ ‘브랜드 집중·지방 이탈’…이중 고립에 빠진 중견업계
'중견 주택업체 주택'은 일반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에서 60위권 밖에 있는 중소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5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이번 1분기 분양 부진은 수도권과 지방 간 수요 양극화, 지방 미분양 누적, 정치적 불확실성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였다. 이 가운데 76.0%인 5만2392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같은 공급 과잉 상황에서 인지도와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분양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 서초구에서 한 대형 건설사가 공급한 '래미안 원페를라’ 단지는 1순위 청약에 4만여 명이 몰리며 평균 15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브랜드 쏠림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지방 기반 중견업체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 회원사의 비중이 높아 지역 경기 악화가 곧바로 전체 통계에 반영된다”며 “지방 분양이 단순히 부진한 것이 아니라, 계획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 분양 ‘0건’ 지역 속출, 공급계획 없는 지역 급증
올해 1분기 중견업체들의 분양계획 물량은 8038가구로, 전년 동기(4만1007가구) 대비 80.4% 줄었다. 지난 4월 잠정 계획물량도 1615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4329가구)보다 72.8%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전국 17개 시도 중, 분양계획이 한 차례라도 제출된 지역은 월평균 6.2곳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매달 10곳 이상은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이 ‘제로’인 셈이다. 특히 ▲광주, ▲울산, ▲세종은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분양계획이 전무했다. 또한 실제 분양된 물량이 계획대비 얼마나 이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계획 대비 실적률'은 59.9%에 머물렀다. 계획 10가구 중 4가구는 분양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 “정부 대책, 공급 확대만 강조…수요 진작책 없어”
중견 건설업계는 정부의 미분양 대응이 공급자 중심 대책에 치우쳐 있고, 실수요 유인을 위한 세제·금융 대책이 빠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건협은 정부에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할 경우 ▲5년간 양도세 면제 ▲구입자금에 대한 저리 융자 등 수요 진작 중심의 정책전환을 요청하고 있다.중견주택업계 관계자는 “공급 자체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 없이는 지방 시장도, 중소 건설사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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