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가 유년기 거주했다고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시카고 교외 일리노이주 돌턴(Dolton)의 소박한 단독 주택 외관. 1949년에 지어진 이 벽돌주택은 최근 매물로 나왔다가, 교황의 유년기 주택으로 밝혀지면서 집주인이 하루 만에 매물을 철회했다. (사진=폭스비즈니스 게재)
[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미국 시카고 교외의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가 단 하루 만에 철회됐다. 해당 주택은 최근까지도 평범한 단독주택으로 취급됐으나, 교황의 유년기 거주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시장은 물론 글로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 시카고선타임스, 폭스비즈니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주택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쪽 돌턴(Dolton) 지역에 위치한 벽돌 단독주택으로, 지난 5월까지 19만9천 달러(한화 약 2억7천만 원)에 매물로 등록돼 있었다. 현재 소유주는 작년 5월 이 집을 약 6만6천 달러(9천200만 원)에 매입한 뒤 리노베이션을 거쳐 매물로 내놨다.
◆ 중개인·집주인도 전혀 몰라...“복권 맞은 기분”
해당 주택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8일,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된 직후다. 이후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그가 어린 시절을 돌턴에서 보냈으며, 바로 이 주택이 유년기 거주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황 레오 14세는 시카고 남부 교외 돌턴에서 성장했고, 청소년기부터 가톨릭 신앙에 몰두했다. 미국과 로마에서 신학·교회법을 공부한 뒤, 1982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85년부터는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이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원장과 페루 치클라요 교구 주교를 거쳐 2023년 추기경에 서임돼, 교황청 주교성성 장관으로 일해왔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쌓은 사목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5월 교황으로 선출됐다.
부동산 중개를 맡은 스티브 버드직(Steve Budzik)은 “집주인도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매물 등록 직후 하루 만에 7~8건의 문의가 들어왔다”고 전하며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에 집주인은 매도를 철회하고, 다른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침실 3개·면적 111㎡…"주택에서 기념지로"
해당 주택은 1959년에 지어진 단층 벽돌 구조로, 침실 3개와 욕실 2개를 갖춘 111.4㎡(33.7평) 규모의 중서부형 주택이다. 실내는 비교적 깔끔한 현대식으로 리노베이션돼 있으며, 외부에는 소규모 정원과 차고가 딸려 있다. 질로우(Zillow) 등 부동산 플랫폼에도 일반적인 매물로 등록됐던 주택이다.
현재 집주인은 이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에어비앤비 등 임대 공간 또는 교황 기념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버드직 중개인은 “레오 14세의 친형이 여전히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어, 자문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 돌턴시 “역사적 가치 고려”…거리명 개정 논의도
해당 주택이 위치한 돌턴시는 시카고 남부 외곽에 자리잡은 중소 도시로, 과거 제조업 쇠퇴와 범죄율 상승으로 지역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교황 유년기 주택’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지역 브랜딩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돌턴시의 제이슨 하우스 시장은 “역사적 보존가치가 충분한 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거리 이름을 교황의 이름으로 바꾸는 방안도 주민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언론은 이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인물과 장소를 연결하는 역사적 현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