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및 OECD 주요 국가 내수소비 현황. 자료 대한상공회의소.(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임재인 기자]
한국 국민들의 씀씀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생활비를 줄이려는 개인 탓만은 아니다. 고령화, 집에 묶인 자산, 일자리 감소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겹치며 한국의 소비력이 주요국 중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2020~2024년) 연평균 소비성장률은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8~1996년 평균 9.1%였던 소비 증가율이 외환위기(4.5%), 카드대란(3.1%), 금융위기(2.4%)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낮아진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뚜렷이 줄었다. 2002년 56.3%에 달했던 내수 소비 비중은 2021년에는 47.1%까지 떨어졌다. 지난 2023년 기준 '경제 규모 1조 달러 이상 OECD 12개국' 중 한국은 10위로, 네덜란드와 체코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권이다.
상의는 이 같은 소비 위축의 핵심 요인으로 '고령 인구의 급증'과 '소비 성향 감소'를 꼽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2024년 20%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같은 기간 81.3%에서 64.6%로 급감했다. 소득이 있어도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 노년층의 특성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가계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 가정의 자산 중 70.5%가 부동산이고,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77.3%에 이른다. 자산은 많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계 신용은 2002년 465조 원에서 2024년 1,927조 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가중되며 씀씀이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산업 구조 변화도 소비를 막는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수출 주도 산업인 반도체, 화학 등은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 생산이 늘어도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다. 실제로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15.4명에서 2020년 6.3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기업의 성장과 국민소득 확산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상의는 이 같은 소비 침체에 대응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중장기적으로는 고용창출형 산업 육성과 고령층 소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소프트웨어 같은 서비스업 중심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 부동산 자산 유동화, 외국인력 유입 확대 같은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수가 튼튼해야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력이 만들어진다”며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국민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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