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세계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세계기상기구, WMO). 이에따라 전 세계는 기후 변화 대응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지만, 올해는 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후 정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부동산 업계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며 대응하고 있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친환경 인증 건축물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ULI(미국 도시토지연구소, Urban Land Institute)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2025년 글로벌 지속 가능성 5대 이슈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목표 단순화 및 탈탄소화의 우선순위 설정으로, 실행 가능성과 실용적 솔루션이 핵심이다. 자산 수준에 맞는 풀뿌리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규정 단순화, 실행 우선순위 결정,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 측정, 데이터 수집 등과 같은 실행 가능한 조치가 우선이다.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산의 ‘EUI(에너지사용강도, Energy Use Intensity)’ 준수 요구가 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자사와 다른 회사의 자산을 비교하여 EUI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둘째, 건축자재가 환경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 건축자재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내재 탄소(Embodied Carbon)’가 지속 가능성 이슈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내재 탄소’란 건축 자재를 생산, 운송, 사용, 유지,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을 의미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7월부터 연면적 9,300㎡ 이상의 신축 건물에는 ISO 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건축물 수명 주기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10% 이상 줄이는 자재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셋째, 건물의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건강과 웰빙에 대한 입주자 요구가 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주요 전철역 인근 오피스들은 입주자 요구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효율적 사무실로 전환하면서 기후 위험 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도 보유한 모든 포트폴리오 자산에 탄소를 측정하는 스마트 미터를 설치하여 개선하고 있다. 여러 곳에 물류창고를 임대하는 회사들은 태양 에너지 생산을 하면서 임대료 외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사회적 영향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도 건강, 실내 환경 품질, 지역사회 웰빙,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반영 등의 반영이 늘고 있다.
넷째, 그린 전력의 조달과 저장이 중시되고 있다. 이는 관련 인프라와 함께 지역단위의 에너지 독립 수단이 되면서, 자연재해 회복력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많은 건물이 지역 전력업체로부터 녹색 전력(그린 에너지)을 조달받으면서, 태양광 패널 설치, 지역 가상 발전소와의 연결, 현장 재생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가상 발전소는 여러 곳에서 소규모 에너지원을 끌어모아 전력 그리드에 공급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런던의 ‘시지기(Syzygy) ’컨설팅 회사는 유럽 전역에서 가입자의 자산을 태양열, 마이크로그리드, 배터리 등 에너지 네트워크로 연결하면서, 가입자들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챔플레인-허드슨(Champlain-Hudson)’ 전력회사도 가상 발전소 전력을 내년부터 캐나다 퀘벡으로부터 545km 송전선을 통해 뉴욕시에 공급할 예정이다. 가상 발전소에 가입한 건물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다섯째, 자연재해 회복력에 투자가 늘고 있다. 산불위험 지역인 미국 LA 인근에서는 기후 위험 평가가 안 되는 좌초 자산이 많아, 보험이 거부되면서 회복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런던의 티시먼 스파이어(Tishman Speyer) 회사는 세밀한 위치별로 건물의 자연재해 위험을 여러 소프트웨어로 평가하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자연재해 방어를 위한 인프라 제안을 통해 회복성에 주력한다. 이탈리아 카탈리스트(Catalyst) 기업은 기후 위험의 잠재적 손실을 금전적 용어로 정량화한 재무 지표를 운용한다.
올 12월이면 파리 협정 협상이 있은 지 10년이 된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 투자를 수입원으로 전환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차제에 우리도 '부동산 혁신산업'을 발굴하는 기회로 만들자는 제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