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오세훈 시장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5일, 유럽 순방 중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30조 원 넘는 추경을 집행하면 부동산 가격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실소 섞인 댓글을 쏟아냈다.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는 그의 ‘뜬금없는 우려’와 ‘근거 없는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추경 예산 본질 왜곡한 '허무 개그'
정부의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총 31조 7,914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13조 3천억 원은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에 편성됐다. 1인당 15만~52만 원 규모의 지역 화폐·포인트·선불카드가 지급된다. 사용처는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 등으로 제한된다. 대형마트·백화점·부동산 거래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 기한은 오는 11월 30일까지다. 기한 내 지역 경제에 직접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런 쿠폰으로 아파트를 산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다.
소비쿠폰 외에도 SOC 투자(2.7조 원), 신산업 육성(1.3조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5.3조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는 세입 결손 보완에 쓰인다. 대부분 항목은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단지 ‘총액’이 30조 원을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시장이 자극될 수 있다고 단정했다. 예산의 구조와 목적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이고, 그냥 '아무말 대단치'이고, 서울시장으로서 수준을 의심받을 정도 발언이다.
◆ 서울 집값 '울트라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오세훈
서울 집값 급등의 방아쇠를 당긴 건 오 시장 본인이다. 지난 2월, 서울시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전격 해제했다. 이후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수억 원씩 올랐다. ‘갭투자’도 급증했다. 마포·성동·강동 등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번지며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 모든 흐름의 출발점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 규제 해제'였다. 그런데도 그는 정부 추경이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회피하려는 의도적 프레임 발언으로 비칠 수 있다.
◆ '황당 발언'에 흥분하는 언론의 '황당 반응'
오 시장의 발언 이후 다수 언론은 “이재명 부동산 정책 때린 오세훈”, “추경에 집값 오른다는 쓴소리” 같은 자극적이고 선동적 제목을 붙여서 보도를 쏟아냈다. 통화량과 집값의 인과관계, 예산 구조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다.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할 때는 최소한의 검증과 맥락 점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오 시장의 발언을 여과 없이 포털에 올리면서, '확성기'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일부 보수 매체는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발표된 ‘6.27 대출 규제’와 연계하며, 정권 비판 도구로 활용했다.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집값 상승기마다 보수 언론은 정권 비판에 주택 시장을 끌어들여 왔다. 검증 없는 보도와 자극적 프레이밍을 반복했다. 이로써 언론의 신뢰는 훼손되고 깊이있는 주택·도시 정책 담론은 사라진다. 수십년 반복되는 이같은 행태가 개선은커녕 자정 의지조차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 정책 비판, 최소한 근거는 갖춰야
이번 추경은 집값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경기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럼에도 이것을 집값 불안과 연결 짓는 것은 경제정책에 대한 무지이거나, 의도적 정파적 프레임이다.
서울시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같은 선동적 정책 왜곡 발언이 아니다. 서울 주택시장과 도시개발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 제시다. 올들어 치솟은 서울 집값은 오 시장 본인이 유발한 결과다. 이에 대해 시민에게 책임지는 차원에서라도 진지한 주택정책을 내놓아야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실과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