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거래량은 직전 주 대비 65% 이상 줄었다. 가격 상승세도 꺾이기 시작했다.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거래량은 직전 주 대비 65% 이상 줄었다. 가격 상승세도 꺾이기 시작했다. 강남권 3구와 성동·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급속히 식고 있다. 시장 전반이 관망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서울 거래량 1주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주일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7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주(1,629건)보다 64.6% 줄어든 수치다. 특히 고가 주택 비중이 높은 강남3구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송파구는 24건에서 1건으로 95.8% 급감했고, 서초구는 93.3%, 강남구도 68.4% 각각 감소했다.
거래 급감은 중저가 단지보다 고가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마포·용산·성동, 노원·도봉·강북 등 중간가격대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도 동반 감소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구입 여력을 초과하는 매수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로 진입이 차단되면서, 현장에서 계약 자체가 사실상 멈췄다"고 전했다.

◆집값 상승세 둔화…선도 지역부터 하락 조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3%에서 0.40%로 둔화됐다. 이는 '6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흐름'에서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주간 지표다.

강남구는 0.84%에서 0.73%, 서초구는 0.77%에서 0.65%, 송파구는 0.88%에서 0.75%로 상승폭이 줄었다. 성동구와 용산구도 각각 0.99%에서 0.89%, 0.74%에서 0.58%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강동구, 광진구, 동작구 등 준강남권으로 분류되는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부동산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상승폭이 컸던 지역일수록 규제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 있다. 실거래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선도 지역은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중첩된 구조였기 때문에, 대출 제한이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매수자 스스로 관망으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매수심리 급속 냉각…'막차 수요' 이탈 가속
수요 심리도 빠르게 식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99.3에서 76.4로 22.9포인트 하락하며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졌다. 강남 11개구는 82.3(↓26.6p), 강북 14개구는 69.7(↓18.9p)로 동반 하락해, 고가 주택 선호 지역에서 심리 위축이 더 컸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로 측정되며, 100 이상이면 매수자가 많은 시장,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은 시장으로 해석된다. 이번 하락은 11주 연속 상승 흐름이 멈추고 시장 심리가 반전된 첫 번째 신호로 해석된다.
서울주택시장에서는 이른바 ‘막차 수요’가 이탈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예고에 따라 일부 수요자가 서둘러 계약을 시도했지만, 정작 금융 문턱이 높아져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맛보기일 뿐”…수요억제-공급확대 동시 추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수요억제책과 공급확대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전면 시행되며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정부는 고가 주택 쏠림과 ‘좋은 집 한 채’ 선호가 과열 양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거래가 반등과 가격 선도 단지 확산이 자칫 전체 시장에 과열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과 공급을 동시에 조절하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향이다.

금융당국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규제를 포함한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안정이 최우선이지만, 필요할 경우 규제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향후에는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 범위 내에서 공급을 유도하고, 투자 과열은 조기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