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이 –6.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파트 건설현장(자료=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이 –6.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0.8%로 하향 조정됐다. 이 중 0.4%p가 건설경기 위축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 건설투자 –6.1%…성장률 0.4%p 하락 주도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로 예측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3.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1956년(–6.7%)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건설투자의 분기별 성장률 역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2023년 2분기 –1.7% ▲3분기 –3.6% ▲4분기 –4.5% ▲2024년 1분기 –3.2%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5%(2월 기준)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 중 0.4%p는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 고금리·공사비 부담…지방 부동산 냉각이 배경
건설경기 부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고금리 장기화와 급등한 공사비가 지목된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며 건설비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분양과 착공을 유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건설경기 침체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심화됐다”며 “정책금리가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중 대출금리는 여전히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방 중심 과잉공급 후유증…중소 건설사 위기 확산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17~2022년 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주택 공급이 이뤄졌고 이로 인한 미분양 적체가 건설사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동산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이 시기 중소 건설사들이 지방 아파트 공급에 과도하게 참여했다가 미분양에 직면하면서 연쇄적인 재무위기에 빠졌다”며 “지금의 건설 경기 위축은 구조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토목 부문에서도 공항·철도 등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제한되면서,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건설 활력을 잃은 상태다.

◆ 인프라 확대·규제 완화 등 대안 필요성 제기
한은은 이 같은 건설 부문의 침체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단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분양 일정 재개 등으로 소폭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한 건설 경기는 201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멈칫한 채 누적된 부실이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향후 건설 경기 대응 방향으로 ▲인공지능(AI) 관련 발전소 건설 등 국가전략 인프라 투자 확대 ▲공장 신축 규제 완화 ▲공공기관의 선도적 투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간 주택 수급 불균형과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 인구·사회 구조 변화까지 반영한 중장기 도시주택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조정만으로는 현재의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