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도시·주택정책 전략 사례(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대한민국의 도시와 주택정책은 오랫동안 정권마다 흔들리는 단기 처방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도시와 주거를 ‘국가전략’의 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K-도시 대혁신’은 더 이상 선언으로 끝나선 안 되며, 실행을 담보할 ‘입법’과 ‘중장기 국가비전’이 병행되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한 ‘K-도시 대혁신 관련 법’ 제정과 '전략형 정책체계 수립'이 시급하다.
도시정책과 주택공급이 정권마다 달라지는 현실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대규모 공급 중심 정책은 정치 일정에 맞춘 단기 성과에 집중하면서 도시계획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지역 간 주거 품질 격차를 심화시켜 왔다. 이제 주택공급과 도시계획을 단순한 부처 단위 사업이 아닌, 국가전략 차원의 과제로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K-도시 대혁신’은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니라, 기후위기·도시소멸·에너지전환·AI 기반 생활환경 등 복합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국형 도시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 단위의 일시적 프로그램을 넘어서, 국회 차원의 제도화된 입법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
K-도시 대혁신 법안 컨셉트’ 제안 개요.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 "K-도시 대혁신 입법해야…제도 없이 실행 어려워"
이러한 과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법 방향을 제안해볼 수 있다. 우선, '국가도시재창조특별법'(가칭)은 노후 도심과 중소도시를 체계적으로 재편하는 도시재생 기반 법안이다. 둘째, 'K-공공주택 선진화법'(가칭)은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향상과 복지형 운영체계를 고도화하는 제도 틀이다. 셋째, '지역균형도시발전법'(가칭)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중소도시 활성화를 위한 기능 분산과 연계전략을 담는다. 넷째, '도시기반서비스 통합운영법'(가칭)은 교통·에너지·상하수도·정보망 등을 통합 관리하는 도시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현재도 관련 법과 제도는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 본 시리즈에서 짚었듯이, 기존 법제만으로는 도시의 디지털 전환, 복합위기 대응, 주민 삶의 질 향상 등 새로운 과제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이들 입법 제안은 기존 체계를 보완·통합하는 방향에서 출발해야 하며,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공감할 수 있는 설계가 핵심이다.
◆ 주요 선진국, 이미 전략적 도시정책 전환 중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도시정책을 이미 '국가전략의 축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네덜란드는 도시 간 협력과 정부, 기업, 학계의 참여를 통해 스마트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지역협력 기반 ‘시티딜(City Deal)’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스마트시티 특화 이니셔티브로 발전시킨 ‘City Deal: A Smart City, That's How You Do It(스마트시티,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협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협약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도시 혁신을 목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는 플랫폼이다.
독일은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는 '국가 도시발전정책(Nationale Stadtent
wicklungs politik)'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정책은 '라이프치히 헌장(Leipzig Charter)'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은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통해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해 노후 임대주택의 에너지 효율 개선 및 기후 회복력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 주택도시개발부(HUD.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는 '그린 앤 리질리언트 리트로핏 프로그램(Green and Resilient Retrofit Program, 에너지 효율성과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미국 연방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에너지 성능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한다.
이들 사례는 한국의 ‘K-도시 대혁신’ 구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은 전략과 입법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국가전략형 주택정책’으로의 전환
‘국가전략형 주택정책’이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법제화된 중장기 도시·주택 계획체계를 국가가 설계하고 주도하는 정책틀을 의미한다. 공급·도시계획·복지·인프라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지속 가능성, 균형발전, 주거 품격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주택공급정책도 양적 수치를 앞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어떤 삶을 설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주택정책의 초점은 물량 중심이 아닌, 품질·디자인·삶의 질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적정 공급 전략은 지역균형, 에너지 효율, 인프라 가치 등 복합 요소를 고려한 ‘국가비전형 공급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중장기 공급 마스터플랜을 법적 틀 안에서 마련하고, 지방정부와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의 ‘주거권 보장법’처럼 중앙정부가 기준을 설정하고, 지방정부의 계획을 승인·지원하는 모델은 참고할 만하다.
◆ 도시의 미래, "전략·제도의 결합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한다. “이 도시들은 누구의 것인가?” 정책은 정권의 수단이 아닌, 국민과 도시가 함께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공급정책도, 도시계획도, 공공주택도 법과 전략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 ‘선진국형 K-도시’의 실현은 계획과 제도의 통합, 그리고 정권을 넘어서는 국가전략화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도시·주택정책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품격과 방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입법이 선행되고 전략이 뒷받침되는 체계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K-도시 대혁신 시리즈』가 제안하는 강한 메시지이자,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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