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 박병주 교수 탄생 100주년 기념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원로, 제자, 유가족, 후배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미나는 지난 12일 홍익대학교 공학관 K101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사진=대한국토·도시계획회)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대한민국 도시계획학의 시작을 연 인물을 기리는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도시와 사람, 철학과 설계를 함께 사유했던 선구자의 정신을 되짚는 자리였다. 그가 남긴 이론과 스케치는 여전히 도시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 도시계획학의 태동을 이끈 학산 박병주 교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학술세미나가 지난 12일 홍익대학교 공학관에서 열렸다.
도시계획학과 창설자를 공식적으로 기념한 국내 첫 행사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홍익대 도시계획학과가 공동 주관했다. 행사에는 학계 원로와 제자, 유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학문과 삶을 기렸다.

김원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학산은 단지 교수가 아니었다. 학계의 군자라 부를 만한 인품과 통찰을 갖춘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창석 명예교수 역시 “도시계획학계에서 이런 자리는 전례가 드물다”며 “그의 자취는 아카이브로 남아 후대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1회 졸업생 김철수 계명대 명예교수, 3회 졸업생 이강건 수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은 제자로서의 회상을 전했다.
“엄격했지만 따뜻했던 스승” “계획은 사람을 위한 배려라는 사실을 몸소 가르쳤다”는 회고가 이어졌다. 유가족은 “이 자리가 생전에 열렸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감사 뜻을 전했다.

◆ 도시를 '그린' 선구자…스케치에 담긴 설계의 철학
이날 발표자로 나선 권태정 동아대 교수는 “그의 도시설계 스케치는 오늘날에도 외국 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만큼 독창적이었다”며 “기술 이전에 도시를 사유한 철학자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인하 한양대 교수는 “김수근·김중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서울 계획 등 시대를 앞선 구상을 이끌었다”며 “도시계획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를 풍경으로 기획했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최성원 LH 차장은 근린주구이론 등 학산이 도입한 계획 개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파라과이 등 해외 신도시 개발에 실제 적용되고 있다며 “그의 이론은 여전히 현장에서 호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100주년을 넘어…기억을 기록으로, 기록을 계승으로
이번 세미나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다. 기념사업회는 오는 7월 18일까지 학산의 설계 스케치와 교육자료, 도시계획 도면 등을 전시하는 아카이브 전시회를 연이어 개최한다.
단순한 자료 공개를 넘어, 한국 도시계획학 1세대의 학문적 계보를 정리하고 그 철학을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하는 첫 번째 실천이 될 전망이다.
도시는 기록 위에 세워지고, 계획은 철학으로 이어진다. 이번 100주년을 단지 과거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 도시계획의 시작과 계승을 다시 묻는 출발점으로 주목한다. 기억이 도시를 만든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제부터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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