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여파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미국 고가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미국 고가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 미국 부촌의 고급 주택 거래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급변에 따른 자산가들의 심리 위축이 부동산 시장까지 번졌다”며 “계약서 작성 직전 단계까지 갔던 수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들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때문에 무산됐다"...거래 취소 속출
대표 사례는 뉴욕 맨해튼 고급 주택가 레녹스힐(Lenox Hill)에서 나왔다. 지난달 초 방 4개 규모의 공동주택이 1,025만 달러(한화 약 146억5,000만 원)에 계약됐으나, 매수자의 보유 주식이 25% 이상 급락하면서 열흘 만에 계약이 취소됐다. 담당 중개인은 “트럼프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관세정책 여파를 언급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부촌 '벨에어(Bel Air)'에서는 6,500만 달러(약 929억 원) 상당의 저택 거래가 잔금 단계에서 무산됐다. 계약금까지 에스크로에 맡긴 상태였으나, 관세 시행일 당일 매수자가 거래를 철회했다.
현지 중개인 애런 커먼은 “최근 2주간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했다”며 “매수자들은 지나치게 민감해진 상태이고, 뉴스 한 줄에도 행동을 멈춘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하게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는 4,200만 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저택 거래가 계약 직전에 중단됐다. 중개인 줄리언 존스턴은 “내 퇴직연금도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위 10%’의 매수심리, 주가와 연동
전문가들은 고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심리 연동형 시장’이라 설명한다. 미국 상위 10% 부유층은 자산의 36.3%를 주식·뮤추얼펀드에, 18.7%를 부동산에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면, 매수 여력은 물론 심리 자체가 급격히 위축된다.
이번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이달 3~4일, 이틀간 뉴욕 증시에서는 약 6조6,00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90일)를 발표하자 주가가 반등하긴 했으나,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호황 끝자락에서 드러난 고가시장 '취약성'
미국 고가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호황을 누려왔다. 자산가들의 주식·암호화폐 수익이 고스란히 부동산으로 유입되며, 금리 인상기에도 프라임급 지역의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왔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미국 상위 5% 고가 주택의 중간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8.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주택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중개업계는 월가 보너스와 투자자 수익 덕분에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반전됐다. WSJ(월스트리트저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관세 유예로 일단락됐지만, 이미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심리를 회복시키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 고가 부동산도 불확실성 여파에 '흔들'
이번 미국발 사례는 고가 부동산 시장조차 금융시장과 정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자산 구성에서 주식과 부동산의 상호 연동성이 강한 자산가일수록, 정책 변화와 시장 충격에 매수 결정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고가 주택시장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장기 불황과 맞물린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금리 방향성 등 외생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때문이다.
#미국고급주택 #트럼프관세 #계약취소 #자산가심리 #고가부동산위축 #정치리스크 #하우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