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준 자이랜드 부사장 / 하우징포스트 칼럼니스트]
지난 5~6월, 주택임대시장은 두 가지 뉴스가 큰 이슈였다. 하나는 전세사기 피해가 3만 건을 넘어섰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등록임대주택 제도’의 부활이다. 이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집을 임대하겠다고 등록한 집주인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 때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운영됐다. 하지만 악용 사례가 많아 폐지됐다. 최근 정부가 다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이슈는 결국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된다. '누가, 어떻게 집의 가치를 판단하는가'이다.
◆ '감정가 왜곡'이 만든 전세사기 구조
전세사기의 핵심은 가치 왜곡이다. 무자본 갭투자, 과도한 선순위 근저당, 공동담보 설정, 보증보험 미가입 등의 수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주택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감정평가 구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단기임대제도'도 유사한 구조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정부는 단독·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중심 등록 임대를 감정가 기준으로 보증보험을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운영 과정에서 임대인 요청에 따른 감정가 과대 산정이 빈번했고, 이는 시장 왜곡과 보증재정 위험을 초래했다.
◆ AVM은 감정가를 교차검증하는 ‘데이터 기준선’
현행 감정평가 방식은 수동·단건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는 이를 보완할 데이터 기반의 이중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 에이브이엠(AVM·Automated Valuation Model·자동가치산정시스템)은 AI가 실거래 사례와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부동산 가치를 추정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이 집이 얼마여야 하는가'를 기계적으로 계산해주는 감정가의 참고 기준선이다.
자이랜드는 수년간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대상으로 전국 AVM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는 ▲LH의 매입형 임대 심사 ▲HUG의 보증보험 기준 ▲지자체의 고위험 단지 선별 등 정책·금융·공공 전반에서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제도 실효성의 핵심은 ‘투명한 가치 판단 구조’
정부가 단기임대 확대와 전세사기 방지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해당 감정가는 시장에서 실제 통용 가능한가를 시작으로 ▲감정평가 외에 다른 신뢰 가능한 기준선이 존재하는가 ▲보험 가입, 공공매입 등 의사결정에 데이터 기반 검증이 반영되고 있는가 등이다.
AVM은 이러한 질문에 실질적 답을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 도구다. 정책은 목적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투명한 집행 구조와 반복 가능한 판단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 감정가 신뢰 회복돼야 시장도 정상 작동
전세사기와 임대시장 불안은 모두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이제 정부, 금융기관, 보증기관, 지자체 모두가 AI와 데이터 기반의 제3의 기준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자이랜드는 앞으로도 공정하고 검증 가능한 가치 판단 인프라를 통해, 정책과 시장을 연결하는 기술적 다리가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