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해외건설 수주 현황 및 주요 건설사 수주 실적.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문승용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 확대를 통해 침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82억1000만 달러(한화 약 11조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9% 증가했다. 4년 만에 분기 기준 수주액이 8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94개 국내 건설사가 69개국에서 해외공사를 수주했으며, 이 중 중동 지역의 비중이 60%를 넘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의 대형 플랜트 발주가 실적을 견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디와 카타르에서 총 23억5600만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고, 삼성E&A는 UAE 타지즈 메탄올 생산 플랜트를 16억8500만 달러에 따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총 77억 달러(한화 약 10조9825억 원) 규모의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를 수주하며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송전선로 공사 2건(3억8000만 달러)을 수주한 데 이어, 누적 해외 수주 실적이 1조 달러(약 1426조 원)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올해 2분기 체코 정부와의 원전 계약(173억 달러 규모)이 체결될 경우, 연간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1분기 수준의 실적을 이어갈 경우 연말까지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주 확대가 건설업계 구조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건설사들은 고금리와 미분양 누적,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경영 압박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자비용 부담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2024년 기준 연 매출 1조 원 이상 건설사 22개사 중 10곳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 이자비용)이 1 미만을 기록했다. 현대건설(-12.6), 금호건설(-8.6), 동부건설(-6.2), 코오롱글로벌(-0.5) 등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GC E&C는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35% 늘어나는 등 다수 기업에서 재무 불안정성이 심화됐다.

또한 해외사업의 특수성과 리스크 역시 건설사들의 실질적 이익 실현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된다. 발주처의 자금 부족, 계약 이행 지연,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는 2012년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프로젝트에서 8000억 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하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삼성E&A도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PEMEX와의 2300억 원 규모 설비공사 계약이 최종 해지되었으며, 현대건설 역시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프로젝트에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반영해 지난해 1조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발주의 경우 외교적 개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계약은 사후 대응이 쉽지 않다”며 “계약 체결 이후에도 미수금·환율·세무 등 다층적인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협회는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회계, 세무 컨설팅과 정보 공유 세미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 자체의 사업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 수주 성과가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건설수주 #중동플랜트 #사우디건설시장 #건설업유동성위기 #미수금리스크 #수익성문제 #체코원전사업 #하우징포스트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