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진행건수와 낙찰률, 낙찰가율 변동 추이.(자료=지지옥션)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규제를 받지 않는 경매시장으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97.5%를 기록하며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88건으로 전월(3,379건) 대비 14.5% 줄었다. 낙찰률은 39.9%로 전달보다 2.7%포인트 하락했으며, 낙찰가율은 85.1%로 전월(84.7%)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평균 응찰자 수는 8.3명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서울의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2건으로 전월(253건)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지난 2월 잠실·대치·청담 등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해제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채무 상환 또는 경매 유예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진행 건수는 줄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7.5%로 전월(91.8%)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6월(110.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치다.
응찰자 수도 평균 10.6명으로 전월(8.9명)보다 1.7명 늘었다. 이 수치는 2021년 2월(11.7명)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시가 지난달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경매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이로 인해 고가 낙찰이 잇따른 것”
라고 분석했다.
실제 사례도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 131㎡는 감정가 25억 4,000만 원보다 약 6억 원 높은 31억 7,64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25%에 달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이었지만, 경매로 낙찰됐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 없이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이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민사집행법상 경매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매가 실거주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투자 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자료=지지옥션)

수도권 전반에서도 경매시장 열기가 유지되고 있다. 경기지역은 650건이 진행돼 전월(753건) 대비 약 14% 줄었고, 낙찰률은 43.1%로 8.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86.5%로 전월(86.1%)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이자 부담이 적은 소형·저가 아파트에 응찰이 몰린 점이 특징이다.
인천은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319건으로 전월(225건) 대비 42%나 증가했으나, 낙찰률은 33.9%로 소폭(0.6%p) 상승에 그쳤다. 낙찰가율은 79.9%로 4개월 만에 다시 80% 아래로 떨어졌다. 미추홀구 등 일부 지역의 매물 적체와 낮은 응찰가가 시장 전반의 낙찰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은 지역별 온도차가 더 뚜렷하다. 울산은 낙찰가율이 83.7%로 전월 대비 5.8%포인트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반면 전북은 90.5%로 6.5%포인트 상승하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81.2%로 4개월 만에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