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 Chetti(임동준) 자이랜드 대표

[Raymond Chetti(임동준) 자이랜드 대표]

감정평가 부풀리기와 전세사기, 이들 두 문제는 오랜동안 서로 부정적으로 얽혀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최근에도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서류 검증을 강화하고, 무작위 감정평가법인 지정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이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끊이지않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의 부당 감정도 좀처럼 근절되지않는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수원 전세사기’ 사건에서 보여지 듯, 부동산 가치를 고의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업 감정’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이로인해 감정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려면 이같은 감정평가 과정의 구조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최근 감정평가사들의 조작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정한 감정평가기관 중 최소 7개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정황이 밝혀졌다. 감정평가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한, 조작과 이해충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평가사들이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문제는 감정평가사들의 책임성이다. 감정평가가 부실하게 이루어졌을 때, 그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평가서의 결과만으로는 조작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고, 기존 평가 시스템 내에서 이를 검증할 체계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일부 감정평가사들은 법적 제재를 피하면서도 비윤리적인 관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에 필자는 데이터 기반 자동가치평가모형(AVM)을 문제 해결의 한가지 방법으로 제안한다. AVM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부동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미국에서는 OCC(통화감독청)와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규제기관이 모기지 대출에서 AVM 활용을 위한 품질 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신뢰성과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AVM의 강점은 명확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감정평가사들의 주관적 개입이 줄어든다. 또한 평가 과정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감정평가 시간도 단축된다. 하지만 AVM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부정확한 데이터가 포함되면 AVM의 신뢰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AVM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높이고, 데이터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감정평가사의 주관 개입을 줄이고, 금융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AVM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기존 감정평가 시스템과 AVM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AVM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감정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AVM을 통해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고,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때다.
감정평가의 미래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