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배드뱅크 추진, 무엇이 달라지나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문승용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피해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매입 구조가 본격 검토되는 분위기다. 복잡한 권리관계로 매입이 지연되던 기존 'LH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제도 설계'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채권 실태조사 착수…공공 매입 전제로 구조 설계 본격화
20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전국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 등의 채권 현황과 매입 가능 범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이는 캠코 등 공공기관이 민간 금융사 또는 대부업체가 보유한 선순위 채권을 일괄 매입해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율을 높이려는 ‘배드뱅크형 구제 모델’의 사전 단계로 해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규모로 인수 가능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민간 금융권에서 공공으로 채권자가 바뀌면 명도 부담이나 보증금 반환 가능성 면에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캠코 중심 구도 부상…LH 단독 매입은 ‘한계 뚜렷’
현재 피해주택 매입은 LH가 협의매입 또는 경·공매 방식으로 일부 추진하고 있으나, 구제 속도와 범위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LH가 매입 완료한 주택은 1,043호에 불과하며, 전체 피해 추정 규모인 3만 가구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실채권 관리 경험을 갖춘 캠코를 배드뱅크의 중심 기구로 검토 중이다. 캠코는 장기연체채권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기관 보유 채권을 일괄 매입·소각한 경험이 있으며,
채권 분류·가격 산정·법률 대응 등에서 LH보다 실무 역량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NPL로 넘어간 채권…민간 협조가 제도화 관건
전세사기 피해주택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돼 대부업체나 추심전문기관이 보유 중이다. 이 경우 정부가 캠코를 통해 채권을 인수하려 하더라도, 민간과의 협의 절차·매입가 산정·법률 협약 등에서 실질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들 민간기관과의 협약 없이는 제도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시장 원칙 안에서 매입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짜야 하며, 실태조사는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 금융권 재원 배제…공공 내부 예산 우선 검토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사업 재원 조달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배드뱅크 사업 규모를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공동분담 방식은 사실상 배제했다.
이미 장기연체채권 프로그램 등에서 금융권 부담이 컸던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캠코와 LH 등 공공기관 내부 재원을 우선 활용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구조 전환 실험…‘채권자 교체’가 관건
이번 실태조사는 단순 통계 파악이 아니라, 피해 회복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 설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책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채권자를 공공으로 교체해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 배드뱅크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의 개별 매입 방식에서 구조 정비 중심의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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