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Chetti (임동준) 자이랜드 대표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과거에는 감정평가사가 현장 조사를 거쳐 가격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AI 기반의 '자동가치산정모형(AVM, Automated Valuation Model)'이 그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하고 있다.
AVM은 AI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자동으로 산정하는 시스템이다. 실거래가, 공시가격, 건축 정보, 경제 지표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 주택 가격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은 대출 심사와 정책 수립 과정에서 AVM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를 'AI 감정평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AI 감정평가 시스템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직접 AVM을 개발·운영하는 구조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AI 감정평가 시스템이 과연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은행이 감정평가 좌우하는 구조, 문제없나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AVM을 운영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승인할 때 해당 주택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만약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AVM이 있다면, 대출 심사 기준을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을 높게 평가하면 더 많은 대출을 승인할 수 있고, 반대로 낮게 평가하면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감정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기관이 직접 AVM을 운영하면서 감정평가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의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AVM도 완벽할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AVM도 완전히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책임이 있지만, AVM을 정책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지역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평가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적 목표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게 되면, AVM이 객관적인 감정평가 도구가 아니라 시장 개입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결국,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VM 감정평가가 신뢰를 얻으려면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AVM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 2024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위한 부동산 평가에 AVM을 사용할 때, 데이터 조작을 방지'하고 이해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핵심은 AVM이 금융기관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AVM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과 독립된 AVM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은행이 직접 AVM을 개발·운영하는 대신, '독립적인 제3자가 감정평가를 수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AVM 역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평가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AVM의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데이터 조작과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감정평가의 신뢰성'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AVM이 금융기관이나 정부의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누가 내 집값을 결정하는가?' 이제는 그 답을 바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