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27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도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가 모두 하락하며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6.27 대출 규제의 영향이 일반 매매시장에 이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 경매 낙찰가율과 평균 응찰자 수가 모두 하락하며 시장의 열기가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어, 규제 효과가 지역·수요별로 엇갈려 나타나는 모습이다.

◆ 낙찰가율 94.9%…매수 심리 위축 뚜렷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일 ~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94.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98.5%) 대비 3.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지난 2월(91.8%)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건별 평균 응찰자 수는 7.3명으로 집계돼, 전달(9.2명)보다 줄었으며, 올해 1월(7.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입찰 경쟁이 다소 완화되면서, 무리한 가격 경쟁을 피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 ‘6억 제한 + 전입 의무’에 투자 수요 관망세
이번 낙찰가율 하락의 배경에는 6.27 대책 이후 강화된 경락잔금대출 규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경락잔금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최대 6억원 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해당 대출을 이용할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전입이 어려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이 까다로워진 데다, 실입주 조건까지 겹쳐 경매 참여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일반 매매시장 가격도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무리한 고가 입찰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에도 ‘유찰’ 사례 속출
낙찰가율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에도 응찰자가 붙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창전동 태영아파트(전용 85㎡)는 감정가 12억2,000만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실거래가가 12억9,000만원이었으며, 현재 호가는 13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광진구 구의동 구의현진에어빌(전용 85㎡)도 감정가 10억원에 입찰이 이뤄졌으나 응찰이 없어 유찰됐다. 해당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2억~13억원 수준으로, 감정가가 시세 대비 2억원 이상 낮았음에도 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고가 낙찰 지속
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 우성4차(전용 95.84㎡)는 지난 14일 경매에서 감정가(16억8,400만원)의 126.5%인 2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15명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단지로, 최근 실거래가가 21억~21억7,000만원 수준이며, 매물 호가는 최고 27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서초구 양재동 우성아파트(전용 84.9㎡)도 감정가 16억2,000만원에 진행된 경매에서 14명이 입찰해, 20억9,999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단지 역시 정밀안전진단 통과 등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반영된 사례로 평가된다.

◆ 사업자 대출로 우회…‘규제 회피’ 수요도 여전
특히 경매로 매입한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되더라도 실거주 의무가 면제되고, 경락잔금대출 대신 사업자 대출 등을 활용할 경우 전입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회 전략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1금융권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경락잔금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어,
2금융권 사업자 대출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강남 등 인기 단지의 경우, 이 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낙찰가율 양극화는 더 뚜렷해질 듯”
경매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동향을 “전체적인 위축 속에서도 지역과 물건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중 구조”로 진단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접근이 늘어나는 가운데, 강남권 고가 단지의 경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존재해 낙찰가율의 하향 안정세가 전국적으로 일괄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경매 컨설턴트는 “하반기에도 평균 낙찰가율은 조정 흐름을 보이겠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와 감정가 대비 차익이 큰 물건에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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