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래에서 해약된 아파트 금액대별 현황(자료=집토스)

[하우징포스트=유승찬 기자]
서울·수도권 고가 아파트 거래 시장에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10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계약 해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 매수자 사이에선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과 대출 제한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계약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거래를 철회하는 분위기다.

◆‘이 가격에 샀다간 손해?’…계약 취소 속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수도권에서 해제된 아파트 매매 계약 중 10억 원 초과 물건의 비중은 35.0%에 달했다. 이는 대책 시행 전(1월 1일~6월 26일) 같은 구간의 26.9% 대비 8.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계약 해제, 고가일수록 뚜렷… 외곽권 영향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5억 원 이하 아파트의 계약 해제 비중은 32.2% → 25.1%로 줄었다. 5억 초과~10억 원 이하 구간은 40.9% → 40.0%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10억 원 초과 구간만 해제 비중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해제율이 뚜렷하게 상승한 것이다.
집토스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일수록 가격 하락 시 손실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상투를 잡았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계약금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남·서초 직격탄… 노원·도봉 등도 영향권
지역별로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에서 거래 철회가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계약 해제 비중이 대책 전 2.5%에서 5.7%로, 강남구는 5.1% → 6.5%로 상승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일부 관측된다. 노원구는 5.3% → 7.3%, 도봉구는 1.4% → 1.9%, 강북구는 **1.3% → 1.9%**로 각각 증가했다.
자기자본 여력이 부족한 ‘영끌’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 이후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로 계약을 서둘러 해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체감 “이건 조정 신호”… 투자심리 냉각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금융 규제를 넘어선 시장 심리의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집토스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는 시장에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며 “자산 방어 심리가 작동하며 고가 거래에서부터 철회 움직임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자금줄을 죄는 동시에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신호로 작용했다”며 “매수자 사이에선 ‘지금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