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세입자 2명 중 1명은 이사를 택하기보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활요해 기존 집주인과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서울 지역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파트 세입자 2명 중 1명은 이사를 택하기보다 기존 집주인과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보증금 인상률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전셋값 급등기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올 2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계약 연장'(갱신 계약)을 택한 세입자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자료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재계약 비중은 44.5%에 달했다. 전세 계약만 놓고 보면 재계약 비중은 48.8%로, 2022년 3분기(52.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중 절반 가까이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전월세 재계약 가운데 갱신권 사용률은 49.7%였으며, 전세에 한정하면 그 비율은 56.9%에 이르렀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였던 2022년 3분기(6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의 평균 보증금 인상률은 4.3%(2,413만원)였다. 하지만 미사용자는 평균 10.0%(4,973만원)를 올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갱신권 행사 여부에 따라 보증금 부담이 두 배 이상 갈린 셈이다.
지난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제도 시행 초기 전셋값 급등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이후 전세가격 조정기에는 사용률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전셋값이 반등하면서, 최근 다시 계약 연장과 갱신권 행사 모두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분기별 ‘전월세 재계약 및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추이.(자료=부동산R114)
◆ “이사 대신 계약 연장…‘5% 룰’ 실효 확인”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 입장에서 4년간 연 5% 이내의 인상률로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라며 “월세 전환과 신규 계약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계약 연장을 적극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계속 상승 중이다. 올해 5월 기준 서울 평균 월세는 141만5천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입주 물량 감소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전세대출 규제 등 복합 요인이 전월세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전셋값 급등기에는 갱신권 사용 여부에 따라 가계 부담이 크게 갈린다”며 “최근에는 세입자들의 제도 이해도도 높아졌고, 집주인도 무리한 인상보다는 장기 안정 수익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