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중인 재개발구역 현장(사진=하우징포스트 DB)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정부가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의 착수 기준을 완화하고 진단 기준을 현실화한다. 재개발 노후도 산정 시 1989년 이전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하고, 재건축에서는 주민 불편을 보다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진단 항목을 조정한다. 정비사업의 ‘첫 단추’를 보다 수월하게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1989년 무허가 건물도 노후도 산정 포함
국토교통부는 18일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재건축진단 기준’ 등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 및 2025년 업무계획에 따른 정비사업 활성화 후속 조치다.
현행 재개발 구역 지정 기준은 전체 건축물 가운데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이 6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무허가 건축물은 그동안 산정에서 제외돼 왔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으로 1989년 1월 24일 이전 무허가 건축물도 노후도 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토지보상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다른 법령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조치다.
◆ ‘불편한 주거’가 재건축 사유로 반영
재건축사업의 착수 요건인 ‘재건축진단’ 기준도 대폭 손질된다. 기존 ‘안전진단’은 ‘재건축진단’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통과 시점은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로 조정된다. 아울러, 주민 불편을 반영한 항목 중심의 평가로 전환된다.
현재 주거환경 분야의 진단 항목은 일조환경, 실내공간, 도시미관 등 3개에 불과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7개 항목이 새로 추가돼 총 15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신설 항목은 △ 주민공동시설 △ 지하주차장 △ 녹지환경 △ 승강기 △ 환기설비 △ 대피공간
△ 단지 안전시설 등이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충돌하거나, 승강기가 비좁아 고령자·장애인의 이용이 어려운 단지, 조경시설이 부족한 단지 등에서 이러한 생활 불편이 평가에 반영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진단 기준 개정 내용(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진단 점수도 바뀐다…‘주거환경’ 비중 확대
진단 항목별 평가 가중치도 현실화된다. 주거환경 분야의 가중치는 기존 30%에서 40%로 확대되며, 비용분석 항목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다만, 주민 요청이 있을 경우 기존 방식(구조안전성 30%, 주거환경 30%, 설비노후도 30%, 비용분석 10%)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라도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 재진단을 통해 통과할 수 있으며, 3년 이내 작성된 진단 보고서는 재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시간 소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 “형식보다 현실”…정비 기준 전환 신호탄
국토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노후 주거지의 정비사업이 보다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헌정 주택정책관은 “이번 제도개선은 노후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촉진하고, 주민 불편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실 중심의 정비기준 전환을 통해 사업의 속도와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5월 28일까지 입법예고되며, 국토교통부 누리집 또는 우편과 팩스를 통해 의견 제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