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외감기업 부실업체 현황(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국내 건설사 10곳 중 5곳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 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12일 발표한 ‘2023년도 건설 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건설 외감기업이 1,08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건설 외감기업(2,292개)의 47.5%에 해당한다. 2019년 678곳에서 4년 만에 1.6배 증가한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외감기업(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 중 이런 기업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부실 위험이 높은 ‘좀비기업’으로 분류한다. 좀비기업의 증가는 건설업 전반의 체질 악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건설사 부채비율 152%…자금난 심화
건설업계의 부채 부담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25.3%였던 건설 외감기업 부채비율은 2022년 140%대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152.4%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기준 종합건설업체의 부실 위험이 특히 급증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업체가 전년 대비 72% 증가한 것이 특징”이라며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유동성 위기 가속
건설업계 위기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성과가 악화됐고, 고금리 기조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 대책이 없으면 일부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실업체 퇴출·구조조정도 필요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부실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건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좀비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금융권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부채 부담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부실을 막기 위해 금융비용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며, 동시에 기업들의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