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공공임대주택 현황.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박영신 대기자]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췄지만, 공공주택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 공급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임대와 영구임대 중심의 단선 구조, 획일화된 설계, 낮은 품질 기준, 행정 편의 중심의 운영방식은 지금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공급 중심 탈피, 총괄체계의 선진화 시급
'공공주택 = 저소득층용'이라는 좁은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도시 기능 재구축과 삶의 질 보장,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적 기능으로 공공주택을 새롭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전담체계부터 정비되어야 하며, 단순한 주택공급이 아닌 인프라 구축 관점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공공임대는 오랫동안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일정 부분 성과는 있었지만, 고령화, 1인·2인 가구 증가, 청년층 주거불안 등 복합 위기에는 대응력이 부족하다.
OECD 주요국들은 공공임대를 ‘혼합소득형’, ‘장기 안정형’, ‘커뮤니티 복원형’으로 발전시켜 왔다. 한국도 공공주택을 단순한 수혜성 주거에서 벗어나, 국민 삶의 지속성과 도시 공동체 유지를 위한 ‘국가 복지 인프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고령사회와 가족구조 변화, 노동유연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주거정책 과제다.

재고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중 관련 ‘국내 통계와 OECD 기준’ 차이(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 ‘K-공공주택’ 체계 정립과 유형별 전략 강화
현재 공공임대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매입임대 등으로 나뉘지만, 이 유형 분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설계와 서비스가 빠져 있고, 공급방식 또한 고도화가 필요한 단계다.
특히, 스마트 인프라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품질 고급화, 운영관리 선진화, 임대료 체계의 정교화 등을 통해 글로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국토부가 수립한 ‘고도화 로드맵’은 긍정적인 시작이지만, 예산 확대와 입법적 기반 없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 새로운 정책 프레임 안에서 ‘K-공공주택’이라는 대한민국형 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세계 주요 선진국 공공주택 공급・운영 체계. (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 선진국은 공공주거를 ‘국가자산’으로 관리
미국은 HUD(미국 주택도시개발부를 통해 혼합소득형 공공임대를 확대하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같은 단지에 거주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설계했다. 일본은 UR공단(일본 도시재생기구) 중심의 배리어프리 설계와 커뮤니티 지원 기능을 정교하게 접목하고 있다. 고령자·한부모·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고 있다.
유럽은 ‘사회주택(Social Housing)’ 개념을 통해 주거권을 헌법 수준에서 보장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주택의 30% 이상을 사회주택으로 관리한다. 이들 국가는 공공주택을 단기 시책이 아닌 장기 전략자산으로 간주하며, 공급부터 운영, 관리까지 전문기관이 통합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도 이에 걸맞은 총괄기관과 책임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 노후화된 공공임대, 전면 정비계획 시급
2024년 현재, 국내 공공임대주택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55만 가구를 넘어선다. 1989년 전후 공급된 대량 물량이 대부분이며, 구조적 결함, 에너지 효율 저하, 커뮤니티 붕괴 등 복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장위6구역의 경우, SH공사가 10년 넘게 정비를 추진 중이지만 이주 대책과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 경기지역 다수 국민임대 단지도 주민 반발과 수익성 부족으로 정비 계획이 중단된 상태다. 공공임대 노후화는 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공공자산의 붕괴라는 시각에서 장기 관리체계와 법제화 논의가 시급하다.

◆ 물량이 아닌 구조로 평가해야 하는 주거복지
공공임대 물량만으로 주거복지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 한국의 공공임대는 전체 주택의 약 8.9% 수준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기준 '사회임대주택'으로 보면 5%에도 못 미친다.
반면 네덜란드는 34%, 오스트리아 23.5%, 덴마크 21.3% 등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단순 비율보다 ‘정책 구조’다. 독일은 민간임대 시장 내에서 강력한 임차인 보호 제도를 운용해 공공성과 안정성을 확보했고, 미국은 바우처 제도를 통해 시장을 활용했다. 일본은 UR공단 외에도 지자체와 민간 협력으로 수요 맞춤형 모델을 운영 중이다. 한국도 공공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복합형 운영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K-복지주거’, 삶의 질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전략
공공주택은 단순히 ‘집 한 채를 제공하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 삶의 기반이자 도시 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이다.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운영, 관리, 서비스 품질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K-복지주거’ 전략이 요구된다.
새 정부는 한국의 국격에 걸맞은 주거복지 모델, ‘대한민국형 공공주거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국민 삶의 질과 공동체 유지를 보장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설정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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