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내놓은 '2025 자산가 투자패턴' 개요.(그래픽=하우징포스트 디자인팀)
[하우징포스트=오명근 기자]
2025년,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투자 나침반이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한 발 물러섰고, 대신 금과 채권, 그리고 코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5 웰스 리포트’는 자산가 3천 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불황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영리치 세대의 새로운 투자 실험을 생생히 담아냈다.
올해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투자패턴이 ‘보수’와 ‘혁신’ 사이에서 재편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16일 내놓은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올해 부동산 대신 예금, 금,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자산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번 리포트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 884명을 포함한 3,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PB 인터뷰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가 올해 실물경기 악화를, 63.9%는 부동산시장 위축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자산 구성 계획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65.7%로 가장 많았으나, 자산 조정을 예고한 부자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가장 높은 투자 의향을 보인 자산은 예금(40.4%)이었다. 이어 금(32.0%), 채권(32.0%)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불황기에 강한 대표적 자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주식(29.2%)보다 ETF(29.8%) 선호도가 더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반면 부동산 투자 의향은 20.4%로 조사 대상 12개 자산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부동산에 대한 태도 변화도 뚜렷하다. 매수 의향은 전년 대비 6.0%p 감소한 44.3%였고, 매도 의향은 소폭 상승한 33.6%로 집계됐다. 관망 기조 속에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의 34%는 가상자산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투자액은 4,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중 70%는 1,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으며, 향후 1년 내 추가 투자 의향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특히 코인을 4종 이상 분산 보유하는 비중도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가상자산에 대해 ‘변동성이 커 위험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우세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 비중도 부자 그룹에서는 9.2%로 일반 대중(7.4%)보다 높았다.
이번 리포트는 세대별 투자 행태의 차이도 주목했다. 40대 이하 ‘영리치’는 50대 이상 ‘올드리치’보다 더 빠르고 과감한 자산 운용 성향을 보였다. 최근 5년간 영리치 고객은 연평균 6%씩 증가했으며, 이들은 금융자산의 42%를 투자자산에 할애하고 있었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7.8%로 올드리치(66.4%)보다 1.2배 많았고, 가상자산 보유율도 28.7%로 올드리치(10%)의 세 배에 달했다.
또한 영리치는 국내외 주식 투자 비율을 기존 7:3에서 향후 6:4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해외 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자산(금, 예술품 등) 보유율도 40.7%로 올드리치보다 약간 높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자산가들의 전략 변화는 단기 반응이 아닌, 구조적 이동”이라고 분석했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부자들은 가상자산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당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존 안전자산과 신성장자산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선경 연구위원은 “특히 영리치는 새로운 금융 트렌드를 주도하며, 금융을 적극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자산가 세대 간의 투자 전략 차이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